SBS가 마주한 오늘, YTN이 맞이할 내일

[컴퓨터를 켜며] 김고은 기자협회보 편집국 부장대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태영건설의 위기설이 흘러나오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르긴 몰라도 태영그룹 계열사 모든 임직원이 가슴을 졸였을 것 같다. SBS야 말할 것도 없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부터 SBS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라거나 SBS 지분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성 보도가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SBS 지분 매각 등이 빠진 태영측 자구안을 금융감독원장이 ‘작심 비판’하기까지 했으니, ‘설마’ 하는 불안이 들었을 법도 하다.

최종 자구계획에 SBS가 빠진 채 워크아웃 절차가 시작됐지만, 윤세영 창업회장이 “그래도 부족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SBS 주식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혀 불씨는 남았다. 물적 자본은 손대지 않더라도 인적 자원을 동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 대상이 SBS 지분이 됐건, 보도 등 SBS의 핵심적 기능이 됐건 대주주의 경영위기 해소를 위해 SBS 자원이 담보로 잡힐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사태가 남긴 상흔은 작지 않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성명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를 “대한민국 지상파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나아가 방송독립, 언론자유와 직결되는 중요한 분수령”이라고 지적했다.


창업주이자 최대주주라 해서 SBS를 뜻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확약받기 위해 싸워온 지난한 시간이 있었다. 결국, 2017년 윤세영 회장이 ‘방송·경영 불개입’을 선언하며 SBS에서 손을 뗐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 실현’은 SBS 재허가 때마다 부과되는 필수 조건이 됐다. 2020년 재허가 심사의견서엔 “지상파방송은 최대주주가 아닌 시청자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공적 약속과 책무도 대주주발 경영난에 속수무책 스러질 위기다. 2020년 역시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받은 ‘콘텐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최다액출자자의 투자’ 이행은 기대하기 더 요원해졌다. 해를 넘겨 SBS 재허가를 검토 중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런 ‘대주주 리스크’에 어떤 진단과 조치를 내놓을지, ‘자율경영’이란 명목 아래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으려는 건 아닌지, 많은 이목이 방통위를 향해 있다.

김고은 기자협회보 편집국 부장대우


YTN도 남의 집 불구경할 처지는 아니다. 특수목적법인 유진이엔티를 통해 YTN 지분 30.95%를 사들인 유진기업은 이미 오너리스크로 시끄러웠고, 핵심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은 태영건설발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에 총력 대응 중이다. 그런 유진이 방통위 승인을 거쳐 YTN의 최대주주가 된 후 혹시 경영위기를 겪게 되면 YTN에 영향이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 때 밝힌 ‘YTN 자산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보도와 편성의 독립성 유지를 위한 기존 제도를 존중한다는 의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유효할까. YTN의 뉴스와 자산이 대주주의 경영상 필요에 따라 쉽게 동원되거나 처분되는 일이 없도록 책임 있는 약속 이행 등을 담보하는 것 또한 방통위의 책무다.


그간 우리 방송은 정치 예속성을 벗어나는 게 오랜 과제였다. 이젠 경영위기와 생존의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않음이 분명해졌다. 그것이 비록 대주주의 실패에서 기인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동시에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각종 ‘안전장치’가 무력화되는 현실도 목도한다. SBS가 겪고 있는 지금의 이 혼란과 불안이 YTN을 비롯한 우리 방송의 내일이 되지 않도록 감시와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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