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돌아가신 저희 할머니도 영구임대주택에 사셨는데 그때도 엉망이었어요.”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후배 A가 축하의 말과 함께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A의 할머니는 부산 금정구에 있는 영구임대주택에 사셨다고 한다. 처음에는 네 식구가 살았는데, 자식들이 하나씩 분가하고 마지막엔 할머니 혼자 남아 4년을 더 사셨다. 후배도 할머니를 뵈러 한 번씩 영구임대주택으로 갔던 모양인데, 기사를 보며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난 것 같았다.
지난여름에 취재했던 영구임대주택이 떠올랐다. 실평수 8평 남짓했던 그곳은 습하고, 낡고, 무엇인가 어두웠다. 하긴, A의 할머니가 사셨던 때보다 10년이 더 지났다. 당시 후배가 느꼈던 것보다 노후화가 더 심해졌을 것이 자명했다. A의 할머니 입장을 생각해 본다. 할머니는 거주지의 낡고, 좁음도 불편했겠지만, 생기를 잃은 아파트 단지에서 홀로 살아내야 했던 게 더욱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건물의 노후화보다 ‘입주민의 노화’ 문제가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는 거다.
이번 기획보도를 계기로 부산에서 관련 논의가 시작된 건 참 다행이다. 그러나 단순히 건물 노후화를 해결하기 위한 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길 희망한다. 노인의 담배 연기 대신 아이의 웃음소리 넘치는 놀이터가 있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노인과 청년이 웃으며 인사하는, 10년 후 부산 임대주택을 상상한다. 참, 휴가 때도 회사로 나와 기사를 봐 준 권혁범 부장님께도 감사를 전한다. 그 부지런함에 게으른 부원의 심신이 무척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