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국 인력 차출에… "밉보인 직원들 보내나" 우려

수신료국 대규모 인사에 내부 불안

KBS가 수신료국 인력에 대해 본사·지역총국 및 본부별·직종별 할당 지시를 내려 기자·PD 수십명이 수신료 징수 업무에 차출될 모양새다. 오는 2월 TV수신료 분리 고지·징수 본격 시행을 앞두고 KBS 사측은 수신료국 인력 배치 마감 시한을 오는 15일로 못 박은 상황. 박민 사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11월 평기자 인사에서 이미 일부 기자들을 비취재·제작 부서에 보내 사실상 ‘좌천성 인사’라는 안팎의 비판이 나왔는데, 이번에도 인사 상 불이익을 주려는 거 아니냐는 기자 내부의 불안감은 작지 않다.

지난 4일 KBS 인적자원실 인사운영부는 각 본부·실·센터에 수신료국에 보낼 인력을 배정하라는 문서를 보냈다. 지난해 12월 중순 사측이 수신료국 파견 공모를 진행했지만, 목표 인원이 미달해 본사와 지역총국 총 200여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본사 82명, 지역총국 74명이 해당하며, 본사의 경우 취재기자 11명, 카메라기자 3명, PD 15명 등으로 할당됐다. 지역총국은 각 10여명의 인력 할당이 내려졌고, 그중 기자는 1~2명이 배정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위기극복 워크숍’에서 경영 직군에만 해당된 징수 업무를 ‘공통 직군화’해 전 직종을 수신료 사업소에 배치하겠다고 밝힌 KBS는 지난 5일자 사보에서 수신료 업무에 대해 “전국 약 2만8000여 아파트 단지 단위별 수신료 부과대수 파악, 수신료 분리납부 신청 세대 관리, 미납금이 누적된 경우 체납 수신료에 대한 독촉 등을 수행해야 한다”고 알렸다.


현재 수요 조사 명목으로 일부 부서에선 부서장이 구성원 개별 면담을 시작했는데, 특히 시청자센터에선 기자 2명을 할당받아 해당 부서로 보내진 일부 기자들에 대한 개별 면담이 진행됐다. KBS A 기자는 “회사의 특수한 상황을 이용해 회사가 불편한 인사로 분류한 기자들에게 또 한 번의 불이익을 주려는 것 같아 불안하고 착잡한 마음”이라며 “수신료 분리징수로 회사가 어렵다는 건 이해하고 있지만 이미 불이익을 받은 기자들이 다시 한 번 인사 상 공포 분위기를 느끼는 게 온당한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보도본부 내에선 취재부서보다는 뉴스제작부, 디지털뉴스부 등 내근 부서 위주로 적극적으로 구인하고 있다”며 “기자 개인이 자진해 간 경우도 있지만, 수뇌부가 불편한 기자들을 내근 부서 보낸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에 회사가 배제한 기자들이 몰려 있는 부서에 수요 조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는 건 현재 회사의 태도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낙인찍힌” 기자들을 수신료국에 보내고 나서 이들이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회사가 해고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B 기자는 “수신료국에선 일주일에 한 번씩 성과를 기록해 잘하는 사람에겐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는데 반대로 보면 기자 생활만 한 사람을 이 부서에 배치시켜놓고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근무 평점을 낮게 매길 수 있는 것”이라며 “이게 여러 번 겹치면 해고 사유도 되는 거라, 사측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동의 없는 전보는 부당전보·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있어 부서장들이 법적 책임을 질만큼의 부담스러운 작업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따라서 사측이 기한으로 명시한 오는 15일 수신료국 인사를 강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C 기자는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인데 부서장들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부서장들은 인사 대상 기준이나 수신료국으로 갈 때 인센티브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거나 푸시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D 기자는 “회사는 기한을 15일로 정해놔 그 사이에 압박이 세게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며 “취재 부서에 있는 젊은 연차 기자들까지 내보내면 보도에 타격이 있으니 회사 입장에선 어려운 카드이지 않을까 희망을 걸어보지만, 그래도 낙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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