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뉴스 유료화, 방향성엔 동의하지만…"

주요 언론사 전략 담당자 인터뷰
신문협 '뉴스 유료화 보고서' 발간

디지털 뉴스 유료화라는 방향성엔 동의하지만 전략 도입은 보다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신문협회가 지난해 말 발간한 ‘뉴스 콘텐츠 유료화 국내외 사례 및 도입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언론사에서 디지털 콘텐츠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유료화라는 방향성엔 공감하면서도 “내외부적 조건이 성숙돼야 해, 당장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은 중앙일보가 실시하고 있는 유료화 방안에 대해서도 초기 단계여서 성과를 가늠하기 힘들고, 일부 언론사들이 도입한 ‘로그인 월’의 경우 기사를 덜 읽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반적으론 콘텐츠 전략뿐 아니라 기자, 조직도 유료화에 대비한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국내 주요 언론사에서 디지털 콘텐츠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디지털 뉴스 유료화 방향성엔 동의하지만 유료화 전략 도입은 보다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진은 관련 내용이 담긴 보고서 표지.


A 언론사 관계자는 보고서에서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에선 뉴스 유료화로 전반적으로 가는 건 힘들다고 본다”며 “‘1만명의 법칙’이 있는데, 뉴스 콘텐츠로는 1만명 넘기가 어렵다는 거다. 저희도 간편 로그인부터 도입해 유료화 준비를 하곤 있지만, 유료화로 가려면 아웃링크를 법제화하고 그러고 나서도 3~4년 이상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B 언론사 관계자도 “규모가 큰 종합지라면 유료화 모델이 쉽지 않을 것 같다. 2만명 정도가 1만원씩 내면 월 2억원인데, 대형 언론사는 (연) 2000억원 이런 수준”이라며 “로그인월 이후 데이터를 살펴봐도 저희 사이트에 자주 오는 독자들이 평균적으로 2~5% 정도만 로그인을 하시더라. 과금을 한 게 아닌데도 이만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및 소비 구조가 디지털 뉴스 유료화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C 언론사 관계자는 “무제한 무료로 제공되는 기사 콘텐츠에 소비자들이 익숙해진 탓에 정작 뉴스 사이트는 외면당하고 있다”며 “언론사 홈페이지는 왜소화되고, 외부 플랫폼에 대한 종속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언론사 브랜드가 실종됐으니 매체와 독자 사이에 선호나 충성의 관계가 끼어들 여지가 없고, 자극적인 ‘단타 기사’들이 득세하는 온라인에서 언론은 ‘기레기 프레임’에 갇히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언론사에서 디지털 콘텐츠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디지털 뉴스 유료화 방향성엔 동의하지만 유료화 전략 도입은 보다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진은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디지털 뉴스 유료화 실험을 본격 시작한 더 중앙 홈페이지 화면.


다만 이들은 유료화에 대한 고민과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다며,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향후 언론사마다 큰 격차가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D 언론사 관계자는 “수익 모델이 여전히 오프라인 식, ‘기승전-협찬’인데 디지털 환경에 맞는 사업 구조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며 “유료화는 디지털 환경에서 오프라인과 디지털 매출 ‘양날개’로 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아직 성공 경험이 없고, 어디에 얼마나 투자하는가에 따라 회사마다 걸음걸이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E 언론사 관계자도 “디지털이라는 게 새로운 수익원이 되는구나, 인식 전환은 됐고 각 언론사에서도 종이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을 보고 가자는 거다. 종이신문 만드는 데 드는 막대한 자금에 비하면 디지털은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한편 유료화 준비 방안과 관련해선 관계자들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홈페이지 개편이나 콘텐츠 개발을 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유료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조직 및 체제 개편을 주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구독자 관리와 결제 시스템 보완, 또는 법적·제도적 지원책을 언급하는 관계자도 있었다. 보고서는 이를 통해 디지털 뉴스 유료화를 돕기 위한 전략을 3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언론사 내부적으로 혁신이 필요하고, 포털과의 관계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론 △독자 DB 구축, 맞춤형 기사 공급 △뉴스판 넷플릭스 검토 및 지원 △통합 결제 시스템 등의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이 언급됐다.


보고서는 “비합리적인 광고 및 협찬의 존재가 현재의 신문사를 유지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며 “하지만 디지털 뉴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못하면 언젠가는 파산을 겪는 언론사도 등장할 것이다. 비록 지금 당장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한국적 현실에 맞는 디지털 뉴스의 유료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부교수 외 연구진들이 국내 주요 언론사에서 디지털 뉴스 제작이나 전략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진과 임원 10명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 등을 담았다. 심층 인터뷰는 지난해 8월 약 3주간 개별 면접과 서면 인터뷰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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