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주식을 누나한테 사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주식 파킹 의혹에 대한 첫 보도를 하는 계기가 되는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이었습니다. 직무관련성이 있어 팔아야 하는 주식을 배우자의 가족에게 넘겼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처음 취재할 때는 단순히 김 후보자의 장황한 해명에 운 좋게 취재 단서를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장관 후보자 지명 직후부터 시작한 끈질긴 취재가 없었다면 포착하지 못했을 실마리라고 생각합니다.
김 후보자가 검증을 ‘가짜뉴스’라고 매도할 때마다 검증의 가치를 되새겼습니다. 인선이 곧 권력이 되는 정치구조에서 공직자에 대한 검증보도는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김 후보자가 운영한 위키트리의 자극적이고 선정적 보도 역시 자본이라는 목표만을 위해 언론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결과라고 봅니다. 김 후보자 아래에서 일했던 직원의 분노가 기억에 남습니다. “김 후보가 임명되면 자극적인 기사를 사람을 죽일 듯이 써도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공인되는 것 아닌가.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부끄럽지 않은 기사를 쓰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검증 보도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건 데스크와 여당팀 선후배 덕분입니다. 반장은 과거 문제 되는 발언은 없었는지 확인해보자고 제안해주셨습니다. 날카로운 질문으로 이후 보도의 방향이 될 만한 팩트들을 뽑아내고 수많은 과거 영상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찾아낸 이두리 기자, 김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과 주식 파킹의 법률적 문제들을 어떻게 검증할지 함께 고민한 조문희 기자가 아니었다면 보도를 지속할 용기와 힘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결정적 보도가 될 거다”라고 응원해준 선배에게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