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 D-3… 인력 줄인 지상파, 종편은 전사적 지원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이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오며 방송사들이 분주하다. 코로나가 일단락되고 동아시아에서 개최되는 첫 ‘빅 이벤트’에 지상파 취재·중계진 다수는 현지와 국내에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다만 언론 전반의 위축된 경영 기조 속에 파견 규모는 줄었고, 그간 지상파 ‘잔치’였던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중계에 확연한 균열도 감지되며 향후 미디어지형 변화가 드러나는 측면도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TV조선 방송단이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 사옥 편집동에서 발대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TV조선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종편채널 최초로 중계한다. /조선일보 사보 캡처


KBS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취재기자 7명, 영상기자 8명 등 총 69명을 보낸다. 지난 12일과 17일 인력이 파견됐고, 20일 본진이 출국해 23일 개막식에 대비한다. 과거 올림픽 등에 통상 100여명을 보냈지만 재정 상태가 고려돼 약 30% 인력이 축소됐다. 김봉진 KBS 스포츠국장은 18일 통화에서 “수신료 이슈 등에 따라 방송단 인원을 30여명 줄이며 압축적으로 구성하게 됐지만 방송에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공영방송답게 인기·비인기 종목을 균형 있게 중계하고 보도해 수신료의 가치를 최대한 전하는 방향으로 콘셉트를 잡고 있다. 아시안게임이라 메달이 많이 나올 텐데 라이브를 못하면 하이라이트, 뉴스 등을 통해서라도 모든 종목 메달을 보여준다는 각오로 임할 생각”이라고 했다.


MBC와 SBS에서도 중계·제작인력 파견을 대폭 줄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비절감을 이유로 방송사가 일부 종목만 현장중계를 하거나 해설자·아나운서를 아예 현지에 보내지 않는 일은 지난 2021년 도쿄 올림픽 이전부터 이어져 온 흐름이다. 다만 MBC는 11명, SBS는 10명의 취재·영상기자를 9월15일부터 21일 사이 현지에 보내며 취재인력 규모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병호 MBC 스포츠취재부장은 “자카르타 때와 취재인력은 1명 차이로 비슷한 수준”이라며 “체육행사 땐 몇 위, 메달 몇 개 같은 목표가 있지만 성적 위주 보도는 전혀 하지 않으려 한다. 종목이 많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메달 색깔이나 순위보단 시청자들에게 와닿을 스토리와 사연에 무게를 두고 취재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취재기자들에게선 축구와 수영, 배드민턴, 탁구 등 종목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지만 행사의 정치성과 현 국제관계, 취재여건을 두고 고민도 있다. 이정찬 SBS 기자는 “대내 결속이 필요한 시점이라 중국이 대회를 단단히 준비했다고 들었고 외형적으로 대회가 잘 운영되리란 기대는 있다”면서도 “그에 따른 공정성 문제, 문화공정 등이 걱정되고 국제대회에 복귀한 북한 선수단을 어떻게 취재할지도 고민이다. 여러 여건에서 스포츠가 너무 정치로 소비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했다.


지상파가 주도권을 잡았던 스포츠 이벤트가 최근 OTT와 종편 등이 독점 중계권을 따내는 흐름으로 변하는 어떤 균열은 이번에도 나타났다. 스포츠미디어그룹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가 확보한 중계권을 지상파가 재구매하며 디지털 제작권한에 상당한 어려움이 생긴 게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방송사들은 TV·온라인 중계, 자사 사이트 내 제작물(하이라이트, VOD) 게시 등은 가능하지만 해당 콘텐츠를 유튜브 등 플랫폼으로 유통하는 덴 제약을 겪는다. e스포츠는 아예 중계가 불가하다.


TV조선이 종편 중 최초로 현장 중계에 나선 것도 상징적이다. 지난달 말 TV조선은 유명 해설라인업을 꾸려 방송단 발대식을 열었고, 지난 7월엔 스포츠예능 프로를 내놓으며 이번 행사에 전사적으로 나선 모양새다. TV조선으로선 지상파 너머로 도약할 수 있는 모멘텀, 큰 틀에선 지상파 중심 중계에 균열이 완연히 가시화된 형국이다. 앞서 JTBC가 2026~2032년 총 4번의 동·하계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하며 지상파에서 반발이 나온 바 있다.


지상파 한 스포츠기자는 “유튜브 시대가 오고 첫 아시안게임이면서 동시에 디지털 제작권한에 제약이 생긴 첫 이벤트”라며 “노하우면에선 지상파가 앞선다고 보지만 TV조선이 트로트와 연계편성 등으로 선전할 경우 시청률에서 반드시 4위를 하란 보장도 없어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OTT나 종편 등도 중계를 할 수 있지만 한정적인 사람들만 올림픽 등을 볼 수 있는 여건에 대해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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