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한 젊은 해병의 이름을 알게 된 건, 닷새째 경북 예천 수해 현장을 취재하던 날 아침이었습니다. 고(故) 채수근 상병. 전우를 잃었다는 충격이 가시지 않은 현장에서 들은 이름과 상황은 너무나 안타까운 동시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전우를 잃고 현장을 서성이던 해병들에게는 구명조끼도 안전로프도 없었습니다. 선명한 빨간 티셔츠와 벗겨진 장화, 슬픔과 충격에 빠진 젊은이들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전우를 잃은 해병들은 망연자실한 채 전우가 사라진 흙탕물 속을 하염없이 바라봤습니다. 아들을 잃은 부모는 해병의 빨간 티셔츠를 부여잡고 목 놓아 울었습니다. 구조 당국은 깜깜한 밤을 비추며 젊은 해병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채 상병은 실종 14시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태극기에 덮인 채 상병을 보내는 순간은 긴 하루의 끝이자 꽃 피우지 못한 젊은이의 끝이었고, 젊은 군인의 죽음으로 변화해야 할 사회의 첫걸음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생각이 드는 현장이었습니다. 현장 기자로서 한 젊은이의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은 괴로운 일임과 동시에 기자의 책임이자 진실을 보도해야 할 무거운 의무일 것입니다.
현장에서 함께 발로 뛰며 책임과 의무를 다해준 연합뉴스 동료와 현장에 집중할 수 있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신 데스크 선배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