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한 차기환·김성근 방문진 이사에 "당장 사퇴하라"

5일 방문진 앞에서 두 이사 사퇴촉구 기자회견

“MBC 장악 앞장서는 차기환·김성근은 당장 물러가라!” “방송장악 첨병 차기환·김성근은 당장 사퇴하라!”

5일 서울 마포구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이 있는 파크M 건물 앞에선 차기환·김성근 방문진 이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권태선 이사장을 해임한 후 첫 방문진 이사회가 열리는 날이자 차기환·김성근 이사가 방문진 회의에 처음 참석하는 날이기도 했다. 앞서 방통위는 사퇴한 임정환 이사의 자리를 대신해 지난달 9일 차기환 이사를 임명하고, 권태선 이사장 보궐이사로 28일 김성근 이사를 임명했다.

5일 서울 마포구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이 있는 파크M 건물 앞에선 차기환·김성근 방문진 이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차기환과 김성근 이사 둘 다 자격이 없다며 당장 사퇴해야 한다는 발언이 쏟아졌다. 특히 차기환 이사의 경우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군이 남파됐다는 글을 나르며 허위 주장을 반복하고, 세월호 유족의 단식을 비하하는 ‘일베’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던 행위가 도마에 올랐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신환 5.18 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 회장은 “5·18 민주화운동은 한국 민주화의 큰 전기가 되었고 동아시아 국가들이 냉전 체제를 해체하고 민주화를 이뤄나가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조차 5·18 정신을 존중하고 지지하는데, 차기환 이사는 무슨 염치로 그것을 폄훼하고 어떻게 이 자리에 출근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몰염치한 인간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우리 모두 함께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5일 서울 마포구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이 있는 파크M 건물 앞에선 차기환·김성근 방문진 이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은 장신환 5.18 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 회장이 기자회견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김순길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도 차기환 이사의 임명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김순길 사무처장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폄훼하고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방해한 차기환은 방송 사업자의 공적 책임 실현이라는 방문진의 설립 목적에 전혀 맞지 않는 부적격자”라며 “차기환은 2015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이 되어 활동하는 동안 특별조사위를 세금도둑 등으로 비하하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집요하게 방해했다. 방문진 이사 임명권을 가진 방통위가 방송의 공공성 및 공익성을 위해 차기환 이사 선임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MBC 재직 당시 5000만원에 달하는 법인카드를 부당 사용한 김성근 이사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김성근씨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MBC의 기술 부문에서 보직 부장과 본부장을 연이어 했던 인물로, 기술 부문 내에선 노조 탄압에 앞장섰고 적폐 시절 청와대 방송으로 만들었던 경영진들의 공범”이라며 “심지어 2018년 내부 감사를 통해 무려 5000만원의 법인카드 부당사용액이 적발돼 그것을 토해냈던 인물이다. 김성근을 방문진 이사에 임명한 것은 MBC를 국민이 아니라 정권에 충성을 바치는 방송으로 다시 한 번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느냐" 질문에 "논의의 장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는 여러분 잘못"

기자회견 직후 방문진 사무실 앞에선 회의 참석을 위해 출근한 김성근·차기환 이사와 언론노조 간 신경전도 벌어졌다. 김성근 이사는 “법인카드 5000만원 부당 사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일갈에 “무고한 사람을 범법자로 규정하지 말라”며 “법률적으로 다시 바로 잡을 것이다. 강제해서 토해냈을 뿐”이라고 답했다.

차기환 이사는 피켓을 들고 있는 언론노조를 촬영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차기환 이사는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생각하느냐. 당신 의견을 말해보라”는 질문에 “그 문제를 논의의 장에 끌어들여 관심 있는 분들이 객관적인 토론을 해 극단적으로 갈라져 있는 우리 국민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의의 장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는 여러분들이 잘못된 것”이라며 “그것 때문에 지금 국민들이 더 갈라지고 있다”고 오히려 큰소리쳤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두 이사가 출근한 직후 “다시 확인했지만 차기환도 김성근도 과거에 자신들이 공영방송에서 벌였던 그 문제적 행각들에 대해 조금의 반성도 뉘우침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또 확인했다”며 “가짜뉴스를 때려잡겠다는 핑계로 앞장서서 허위조작정보를 퍼 날랐던 당사자가 공영방송 MBC의 관리·감독 책임을 맡고 있는 방문진의 이사로 발을 들여놨다. 그러나 우리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열린 방문진 정기이사회서도 안건마다 여야 이사들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방통위 및 감사원 요구 자료 제출의 건’은 물론이고, 안형준 MBC 사장의 업무방해 혐의를 수사했던 마포경찰서가 지난 7월28일 방문진에 보낸 수사 협조 요청 공문과 관련해서도 자료 제출을 해야 하는지 이사들 간 설전이 오갔다. 다만 이날 강중묵 이사가 코로나19 확진으로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하면서 모든 표결은 4:4로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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