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노조, 언어폭력 설문에 10명 중 3명 "경험했다"

사내 언어폭력 설문조사 결과...신고센터 검토 예정

한국경제신문 구성원 10명 중 3명은 최근 1년 간 사내 언어폭력을 직접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목격 등 간접 경험을 포함하면 절반 가량이 언어폭력을 경험했다는 결과다.

한국경제 노동조합이 지난달 7~18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언어폭력 실태를 살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최근 1년 내 언어폭력 피해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47.1%가 직·간접적 피해경험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318명 조합원 중 119명이 참여(응답률 37.9%)한 설문에서 ‘직접 피해를 봤다’는 응답이 26.9%, ‘피해 사례를 듣거나 목격했다’가 20.2%였다. 피해경험이 없다는 답은 52.1%였다.

지난달 25일자 한경 노보.

언어폭력 유형으론 ‘대면 및 전화상 모욕·무시·조롱’이 44.9%로 가장 많았다. ‘대면 및 전화상 욕설·폭언’ 20.4%, ‘메신저상에서의 모욕·무시·조롱’ 16.3%, ‘메신저상에서의 욕설·폭언’ 9.2% 등 순이었다. 설문결과가 공개된 지난달 25일자 노보엔 “선배로부터 ‘회사 그만둬라. X가리에 뭐가 들었냐’라는 말을 들어 충격을 받았다”, “술자리에서 ‘나 마음에 안 드냐? 불만있으면 한판 붙어보자’고 시비를 걸기도 했다”는 조합원의 발언이 담겼다.

이 같은 언어폭력이 미친 영향에 대해선 ‘근로 의욕이 크게 저하됐다’(40.6%)는 답이 가장 많았고, ‘정신적·신체적 건강악화’(31.3%)를 꼽은 답변도 다수였다. 퇴사를 고민한다는 의견도 28.1%나 됐다. 실제 이번 설문에선 응답자들의 피해 사례 역시 조사됐는데 욕설과 비하, 인격모독, 망신주기 등 경험이 다수 확인됐다.

“대단하지도 않은 기사 쓰면서 좋아하지 마라”, “네가 잘한다고 생각하냐”, “너는 XX라인이라서 싫다”, “(술자리에서) 내가 너 같은 X같은 XX랑 겸상해야겠냐”, “너 같은 XX가 올 자리가 아니다”, “(이동하다 의자를 건드려 사과했는데도) 아이 X발”, “(후배들에게) 니 연차에 그게 뭐냐” 등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가장 많은 응답인 32.4%가 ‘가해자를 강력 처벌해야 한다’고 답했다. ‘별도의 신고센터를 마련하자’ 32%, ‘정기적 실태조사’ 21%, ‘정기적 대면교육’ 14.6% 등의 순이었다. 가해자 처벌 수위에 대해선 응답자 33.7%가 부서 이동 등 피해자와 분리, 25.4%가 견책·감봉 등 회사 차원 징계, 22.6%가 승진누락 같은 인사상 불이익을 요구했다.

노조는 현재 사내 언어폭력 전담기구가 부재하고 조사할 방법이나 수단이 없는 현실을 들어 ‘사내 언어폭력 신고센터’ 운영을 대안으로 거론했다. 설문에서 신고센터 운영 주체를 물은 결과 응답자 다수(77.3%)가 노동조합을 지목한 반면 감사실 21.8%, 각국 국장 0.8%란 답은 미진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신고센터 설치 등을 본격 검토하고, 향후 ‘정기적인 피해 사례 수집 및 공개’, ‘노무사를 통한 언어폭력 예방교육 실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확인될 경우 피해자의 지방 노동청 직접 신고 협력’ 등 문제해결 발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정진 한경 노조위원장은 노보에서 “돈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 스트레스 없이 일할 맛 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회사 경영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김정호 사장 및 회사 경영진이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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