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현실, 이용마 기자가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 앞선다"

MBC본부, 고 이용마 기자 4주기 추모식 및 추모 공간 마련

고 이용마 기자의 4주기를 맞아 MBC 구성원들이 추모식과 추모 성명 등으로 그를 기렸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21일 경기 분당메모리얼파크에서 추모식을 진행한 데 이어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 추모 공간을 마련하고 사옥 곳곳에 추모의 뜻을 담은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또 “그와 했던 약속을 잊지 않겠다”며 이날 추모 성명을 냈다. 안형준 MBC 사장도 “오늘, 우리는 훌륭한 기자를 잃었다”며 이용마 기자의 신념을 되새기는 글을 직원들에 보냈다.

고 이용마 기자의 4주기를 맞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경기 분당메모리얼파크에서 추모식을 진행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언론노조 MBC본부는 21일 추모 성명에서 “오늘,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고 이용마 기자와 마주한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은 바꿀 수 있다’고 외쳤던 그의 바람처럼 지난 4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으면 좋았으련만 세상은 그렇게 쉬이 바뀌지 않았다”며 “오히려 무서운 속도로 거꾸로 달려가고 있다. 작금의 이 현실을 그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전했다.

또 “그가 그렇게 염원했던, 그리고 그에게 뜨겁게 약속했던 ‘언론 자유’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우리는 아직 이뤄내지 못했다”며 “이용마의 꿈과 우리의 실천을 막아섰던 이들은 이제 아예 공영방송 MBC를 송두리째 망가뜨리려 하고 있다. 15년 전 그랬던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한 악독함과 뻔뻔함으로 MBC를 짓밟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은 방송 장악 선봉에 섰던 이동관을 방통위원장으로 내세우며 공영방송 장악 의지를 대놓고 드러내고 있고, 법도 절차도 공정도 상식도 모두 무시하고 공영방송 이사 해임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MBC의 비극적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서 오늘 그가 많이 그립다. 약자에게 관대하고 강자에게 서릿발 같았던 그의 기개가 그립다”며 “절망과 위기의 현실에서 다시 이용마를 떠올린다. 그가 외쳤던 것처럼 독하고 당당하게 맞서 권력의 마수에 굴복하지 않고 공영방송 MBC를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용마 기자 4주기에 방통위,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 강행"

한편 안형준 MBC 사장도 이날 ‘문화방송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추모 메시지를 전했다. 안형준 사장은 “5개월 전 사장 취임 직후, 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사랑하는 동료 고 이용마 기자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을 사장실 벽에 건 것”이라며 “공정방송을 위해 희생한 동료의 소중한 뜻을 한순간도 잊지 않고 지켜가기 위한 다짐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고 이용마 기자의 4주기가 되는 오늘, 방송통신위원회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의 해임을 강행했다”며 “방통위가 KBS와 EBS 이사진에 이어 방문진 이사진에게도 압력을 가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일련의 행위들이 벌어지고 있다. 회사는 이에 대한 여러 대응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MBC가 지금까지 쌓아온 위상이 외부의 공세와 압박으로 쉽게 흔들리지 않을 만큼 견고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서로 믿고 단결해 슬기롭게 이 시기를 헤쳐 나간다면 공영방송 MBC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저 역시) 앞으로도 제 자리를 지키며 맡은 바 임무와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이용마 기자는 2019년 8월21일 향년 5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는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으로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파업을 이끌다가 그해 3월 회사 질서 문란을 이유로 해고됐다. 해직 기간 복막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면서도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를 펴내는 등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애써왔다.

고 이용마 기자의 4주기를 맞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