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공영방송·민주주의 짓밟힌 달로 기록될 것"

공영방송 3사 이사들 합동 기자회견, 언론단체들도 "법·절차 무시한 방송장악 숙청극 멈추라"

“대한민국의 역사는 2023년 8월을 윤석열 정부가 ‘공영방송을 짓밟고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철저하게 유린한 달’로 기록하게 될 것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4일 오전 회의를 열고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건의안과 정미정 EBS 이사 해임안을 의결했다. 같은 시각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해임을 위한 청문 절차도 진행됐다. 이날 방통위 회의에 앞서 KBS, 방문진(MBC), EBS 이사들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야만적 공영방송 장악을 규탄한다”면서 위와 같이 탄식했다.

KBS, 방송문화진흥회, EBS 이사들이 14일 정부과천청사 민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해임 강행을 규탄했다.

문재인 정권 당시 임명돼 현 ‘야권’ 측으로 분류되는 이들 이사는 기자회견문에서 방통위가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는 물론이고 방통위의 규정과 조사마저 무시한 채, 터무니없는 근거를 앞세워 이사들의 해임을 밀어붙인다”고 비판하며 “지금 윤석열 정부의 행태는 ‘야만’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해임 청문을 앞둔 권태선 이사장은 방통위가 자신의 해임사유와 관련된 자료의 열람을 전면 거부하는 등 “방어권을 철저히 묵살하고 있다”고 전하며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식의 ‘원님 재판’을 하려는 것인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답답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이날 방통위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한 언론현업·시민단체들도 “대한민국 언론사에 전례가 없는 횡포와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13개 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법과 절차를 무시한 폭력적 숙청극의 배경은 단 하나”라며 “이동관을 앞잡이로 내세워 진행될 미디어 공론장 파괴와 공공성과 공정성 후퇴, 친정권 나팔수 공영방송 만들기, 그리고 이를 넘어선 공영방송 해체를 가속화하기 위함”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효재·이상인 두 상임위원을 향해 “오늘 당신들이 내리는 결정은 한국 방송과 민주주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막을 내렸을 때, 당신들은 오직 윤석열 대통령과 이동관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를 위해 방송장악 숙청극을 자청한 애완견으로 기억될 것이며, 지금까지 저지른 범죄행위만으로도 감옥행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와 기자협회 등 언론현업시민단체들도 14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부당하고 졸속한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 해임 강행을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도 김효재 직무대행을 두고 “예전에 돈 봉투 사건으로 유죄를 받고도 다시 사면 복권되면 그 죄가 사라지나. 이동관 방송장악 기술자가 들어오기 전에 손에 온갖 피 다 묻히고 자기가 책임지면 지금 무차별적으로 해임이 시도되고 있는 방송 유관 기관 어느 한 곳에 혹시 자리를 보전이라도 받기라도 했느냐”면서 “한 줌도 되지 않는 그 권력에 취한 노욕을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이 무리수는 결국 화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본부장은 “국민은 MB시대의 부활을 원하지 않고, MB시대 공영방송 몰락을 원하지 않을 것이며, 또다시 MBC 구성원들이 기레기라 불리며 공영방송 장악의 앞잡이가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면서 “내부 구성원들부터 이런 MB정권의 부활을 최대한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방송장악 폭주 저지와 이동관 OUT'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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