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정부 광고 집행기준으로 시끄럽다. 지난 2020년 ABC부수공사 조작 폭로 후 2022년 도입된 대체기준이 채 2년도 되지 않아서 활용 중지되었다. 예견된 사태지만, 정부 광고 집행기준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매체 영향력을 TV와 라디오, 인터넷에서는 시청률과 청취율, 접속률을 활용하고, 신문이나 잡지는 구독률과 도달률, 열독률을 활용한다. 도달률은 신문 구독자가 얼마나 많은 사람과 해당 매체를 돌려 읽었는가를 측정하고, 열독률은 국민 가운데 지난 1년간 어떤 제호의 신문을 읽었는지 묻는다.
대표적 지표인 ABC부수공사는 인쇄공장에서 출고된 발행부수와 지국을 통해서 유통된 유가부수를 확률표집을 통해서 측정한다. 이때 광고주와 매체사, 광고회사는 인증부수의 신뢰성, 정확성을 함께 감독한다. ABC부수공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산출하여 화폐처럼 사용한다.
우리나라(1989년 도입)보다 부수인증제도를 일찍 도입한 영국(1900년)과 미국(1914년), 프랑스(1922년)도 디지털환경에 맞게 제도를 개선하여 유가부수와 이용률을 광고주에게 함께 제공한다. 환경이 바뀌면 제도도 바꾸어야 한다.
지난 2020년 11월 ABC부수공사 사태 때, 문체부는 한국ABC협회에 대한 사무검사를 통해 총 17건의 개선사항을 요구했다. 문체부 요구사항은 ABC부수공사 과정 개선과 투명성 강화로, 공사를 위한 표본추출과 인증방식은 문제삼지 않았다. 이미 기준은 국제수준이었다. 만일 한국ABC협회가 문체부 지적을 반영하여 투명성과 신뢰성만 확보했더라면, ABC인증부수는 계속 사용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협회가 문체부 요구사항을 이행했다는 소식은 없다.
그사이 문체부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 열독률과 사회적 책임 이행 결과를 활용한 대체기준을 개발하여, 정부 광고에 활용했다. 문체부가 시장지표 대신 마련한 이용률 기반 정부 광고 집행기준은 ABC부수공사처럼 화폐로 활용할 수 없다. 이 기준은 열독률과 사회적 책임 이행 결과를 집계하여 매체별로 정부 광고 참여 자격이 있는지 판단할 뿐이다. 처음부터 매체사 영향력을 서열화할 수 없었다. 특히 열독률은 TV시청률처럼 소수의 제호 이용률만 의미 있을 뿐, 99%의 제호는 의미 없는 긴꼬리에 머문다.
지난 7월7일 문체부 장관은 정부광고 집행을 위해 2022년부터 도입된 열독률과 사회적 책임 이행 결과를 활용한 대체기준 사용을 중단하고, ABC부수공사와 열독률 조사를 개선하여 광고주가 참고할 수 있는 지표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체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시장지표거나 진입기준뿐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영세한 매체사로부터 투명한 정보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현행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현재 신문기업은 인쇄용지대와 인쇄잉크 값, 신문수송비 급상승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신문경영위기와 저널리즘의 품질개선을 위한 진흥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 상황에서 정부 광고 집행기준을 다시 수정한다면, 그 기준은 지금보다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해야 하고, 무엇보다 투명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지금은 사실상 멈춘 혁신의 시계를 다시 돌리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