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선관위 고위직 자녀 채용 특혜 논란

[제393회 이달의 기자상]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실 기자 / 취재보도1부문

강찬호 중앙일보 기자

기자 생활 31년 만에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이달의 기자상을 받게 된 것을 커다란 영광으로 생각한다. 비로소 ‘대한민국 기자’란 인증을 받은 느낌이다.


선관위 고위직 자녀 채용 특혜 논란 취재는 쉽지 않았다. 선관위 수장인 사무총장과 차장이 동시에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휘말린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선관위는 궤변성 해명에 급급했다. 이에 앞서 선관위가 북한발 해킹을 당하고도 국정원의 보안점검을 거부한 사실도 단독 보도했는데, 선관위는 이 또한 강력히 반발했다. “국정원으로부터 그런 통보를 받은 바 없다”는 공개 반박문까지 냈다. 하지만 이튿날 국정원이 북한의 해킹 사실을 7차례나 선관위에 통보한 내역을 공개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묻지마’식으로 일축하는 선관위의 행태는 지난 수십년간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고 ‘그들만의 리그’를 즐겨온 역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기사가 나간 이후 전 언론 매체가 특혜 채용 의혹을 추적하는 후속 보도를 쏟아냈다. 궁지에 몰린 선관위 사무총장과 차장은 보름 만에 사퇴했고,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에다 국정원의 보안점검까지 수용하며 백기를 들었다. 언론의 집요한 추적 보도가 ‘60년 철옹성’ 선관위의 개혁을 끌어낸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언론계 동료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열심히 취재해 좋은 기사를 쓰는 것으로 보답고자 한다.


끝으로 이 귀한 상의 시상을 결정한 한국기자협회에 고마움의 뜻을 전한다. 또한, 늘 사회에 도움 되는 기사를 쓰도록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신 중앙홀딩스(중앙일보) 홍석현 회장님과 홍정도 부회장님, 박장희 사장과 고현곤 편집인, 최훈 주필과 이현상 논설실장, 이하경 대기자를 비롯한 회사 선후배 동료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지난달 별세하신 어머님 영전에 이 상을 바치고 싶다. 늘 부족한 남편, 아빠를 성원해준 아내와 두 아들에게도 이 상이 조그만 보상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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