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가까이 전사적으로 매달려온 추가경정예산(추경) 확보가 시의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무산됐다. 서울시에 추가 자금 지원을 기대할 방법은 사실상 없어졌다. 이미 제작 예산이 ‘0원’인 상황에서 남은 6개월간은 빚만 늘어갈 전망이다. 그렇게 반년을 겨우 버틴다 해도 더 큰 산이 남아 있다. 내년 1월1일부터는 서울시 출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만일 올해 안에 새 조례안을 만들어 내년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TBS의 미래는 어둡다. 극단적으로 방송 중단에 이어 아예 문을 닫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6일 서울시가 제출한 TBS 추경 73억원 출연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TBS가 서울시와 교감 하에 만든, 그래서 “정치적 굴복과 백기 투항”(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이란 비판까지 받은 혁신안에도 “미흡하다”며 마뜩잖아했다. “구조조정 등 강력한 인사 혁신”이 빠져 있고, 공정성 확보방안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였다. 예컨대 김어준이 다시 돌아왔을 때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 김어준은 지난해 12월 ‘뉴스공장’ 마지막 방송에서 다음 지방선거가 끝나는 3년6개월 뒤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방송출연제한 심의위원회’ 등을 설치하겠다고 TBS는 약속했지만, 국민의힘 쪽에선 TBS 사장이나 서울시장이 바뀌면 언제든 번복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 예산안과 조례안 심의·의결권을 가진 시의회를 설득하기 위해선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김어준 복귀’ 혹은 ‘제2의 김어준’을 막을 강력한 처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TBS는 ‘전 구성원 임금 20% 삭감’ 방안까지 검토 중인데, 이것으로 새 지원 조례안을 확약받을 수 있을지 보장할 수 없다. 서울시는 일단 TBS 존속에 무게를 두는 듯 보이는데, 장단은 의회 쪽에 맞추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3일 민선 8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방송의 간판격이었던 프로그램을 했던 사람이 ‘아윌비백(I’ll be back)’을 외치고 떠나간 마당에 그 부분에 대해서 시의회가 분명한 혁신안을 가져오라고 하는 게 논리적으로 전혀 어색하지 않다”며 “이제는 TBS가 화답할 차례”라고 밝혔다.
TBS에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2020년 재단 출범 후 서울시 출연금은 쭉 감소했지만 ‘뉴스공장’ 등 일부 킬러콘텐츠에 힘입어 협찬 등 자체수입이 늘면서 서울시에 대한 재원 의존도는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나 올해 시 출연금으로 인건비를 제외한 제작비, 시스템 유지비 등을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프로그램 경쟁력이 하락했고, 자체수입 역시 줄어 재원 의존도는 오히려 증가했다. 상업광고도 허용되지 않은 마당에 연간 100억원이 안 되는 자체 사업예산으로 방송제작은커녕 300여명 인력을 유지하는 것도 버겁다. 따라서 ‘돈줄’과 ‘생명줄’을 쥔 시와 시의회의 요구에 맞춰 강력한 혁신을 하면서도 경쟁력을 회복해 ‘독립경영’으로 나갈 해법을, 남은 6개월 안에 찾아야 한다. TBS 재허가 기간은 내년 12월까지이며, TBS의 명운을 결정할 시의회 정례회는 5일 폐회 후 다음 달 28일 다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