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한경)이 최근 디지털 유료화를 위한 사전 작업 차원의 ‘로그인 콘텐츠’를 대폭 확대한 가운데 편집국 구성원들이 인력충원, 업무량 조정 없이 기자들만 쥐어짜는 회사 방침과 디지털 전략 부재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 노동조합이 지난달 9~19일 편집국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근무여건 설문조사<사진> 결과 10명 중 9명(97.5%)은 업무량이 지난해 11월 대자보 사태 당시와 비슷하거나 더 많아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와 비슷하다’ 57.8%, ‘더 많아졌다’ 39.7% 등으로 ‘업무가 줄었다’는 답은 2.5%에 불과했고, 가장 많은 40.4%가 ‘10~30% (업무가) 늘었다’고 답했다. 설문은 국내외 근무 중인 178명 중 116명이 참여(응답률 65.1%)한 결과였다.
특히 ‘6월부터 시작된 로그인 콘텐츠로 인한 기사압박 부담’을 증가요인으로 꼽는 기자들이 58.7%나 됐다. 한경은 지난달부터 로그인을 해야만 볼 수 있는 전용 콘텐츠를 대폭 늘리고, 온라인 편성표를 공개하는 등 디지털 유료화를 위한 사전 작업에 본격 착수했는데 업무과중의 주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사장의 편집권 침해, 편집국 운영 전반을 비판한 기자들의 대거 성명 이후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지배 정서다. 실제 설문에선 ‘외부 인력 충원’ 42.2%, ‘로그인 콘텐츠 양 조정’ 20.7%, ‘인센티브 제공’ 17.4% 등 요구가 나왔다.
한경 노조는 이를 공개한 지난달 29일자 노보에서 “로그인 콘텐츠 기사 작성을 위한 도구나 시스템조차 마련하지 않고 무리하게 기자들에게 시작부터 하라고 한 뒤 이를 ‘시행착오’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다”는 조합원 발언을 소개하며 인력충원은 물론 로그인 콘텐츠 전면 재설계를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노조는 최근 ‘100인 시리즈’ 등에서 보듯 적절한 콘텐츠 선별과 세부전략이 필요하고 전용기사 출고 시스템 및 전담 인력확충이 미비한 현실을 지적하며 “회사의 현재 로그인 콘텐츠 전략은 ‘0’”이라고 평가했다. 또 ‘기자와 만남을 정례화 해 편집국 운영, 콘텐츠 제작을 논의 한다는 대자보 사태 당시 약속’의 불이행, 현 편집국장 취임 후 불통에 대한 실망감을 거론하며 “국장단은 지금이라도 기자들과 만나야 한다”는 요구도 했다. 은정진 한경 노조위원장은 노보에서 “로그인 콘텐츠에 대한 편집국 사우들의 스트레스가 점점 분노로 바뀌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국장단이 하루빨리 기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업무 강도 및 시스템 개선은 물론 성과보상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