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사 일탈·거짓해명 드러낸 춘천MBC 기자 무혐의

강원도 대변인 '명예훼손' 고발에
경찰 "허위·비방목적 없어" 불송치 결정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근무 시간에 골프 연습장을 찾은 사실을 보도했다가 형사 고발을 당한 춘천MBC 기자가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춘천MBC 보도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고, 비방의 목적 또한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지난달 30일 혐의없음(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앞서 강원도 대변인은 춘천MBC가 허위사실을 보도해 강원도청 직원들 및 강원도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해당 보도를 한 기자를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 3월31일 근무 시간 중 골프연습장을 찾은 사실을 춘천MBC가 단독 보도한 이후, 김 지사가 당일 연가를 신청해 조퇴 상태였는지를 두고 김 지사 측과 대변인실의 해명이 엇갈렸다. 파장이 컸던 이 사안은 강 지역 뿐 아니라 전국 뉴스로도 화제를 모았다. 사진은 지난 4월9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춘천MBC는 지난 4월3일 도내 산불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김진태 지사가 근무 시간 중 골프 연습장을 찾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지사가 골프 연습장에 방문한 건 지난 3월31일 오후 5시30분경. 근무 종료(퇴근)까지 30분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MBC 취재에 강원도 대변인은 김 지사가 1시간짜리 연가를 내고 조퇴했다며 근무 중 이탈이 아니란 취지로 반박했으나, 해당 연가신청서가 보도 당일인 4월3일에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변인실은 MBC에 ‘김 지사가 31일 연가를 구두로 신청했는데, 비서실에서 누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약 1주일 뒤인 지난 4월9일 기자회견에서 김진태 지사는 직접 이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고 “퇴근 시간 30분을 가지고 조퇴를 신청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MBC 취재가 시작되자) 직원들이 조퇴로 처리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실의 해명과는 다른 설명이었다. 김 지사 말이 사실이라면 연가신청서 역시 본인이 아닌 제삼자에 의해 작성됐다는 의미였다.

이에 춘천MBC는 강원도의 ‘거짓 해명’과 함께 허위 공문서 작성의 문제, 이에 대한 감사나 조사 등을 진행하지 않는 강원도의 무책임함 등을 꼬집는 보도를 이어갔다. 그러나 대변인실은 재차 입장문을 내어 김 지사가 일찍 업무를 마치겠다고 밝힌 것이 “최소한 묵시적 조퇴 신청의 의사표시”에 해당하고, “실제 조퇴 상태가 있었기 때문에 조퇴 처리를 한 것”이라며 MBC 보도가 “악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기자를 고발하는 한편,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와 함께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신청했다. 지난달 19일 열린 조정 기일에서 언론중재부는 반론 보도 게재를 요구했지만, 춘천MBC는 보도에 문제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조정은 불성립됐다. 이후 29일 현재까지 강원도가 춘천MBC를 대상으로 민사 소송 등을 제기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달여 만에 ‘악의적 보도’란 혐의를 벗은 이승연 춘천MBC 기자는 “그분(대변인)의 입장도 있으니까 사안에 따라 반응할 수 있다고 보는데, 법적 대응까지 할 거라곤 생각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산불위기 속 안전컨트롤 타워인 지자체장의 일탈과 잘못을 감추려는 강원도의 거짓 해명은 춘천MBC가 맞서야 할 부정한 사례에 해당했다”고 보도의 취지를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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