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경쟁이 심한 국내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공동취재 사례가 최근 나왔다. 지난 22일 보도된 ‘2022 국회의원 정치자금<사진>’ 분석 기사다. 해당 기사를 보도한 오마이뉴스와 경향신문, 뉴스타파는 지난해 국회의원 전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 총 1만9890매를 입수해 함께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애초 국회의원 정치자금 취재는 지난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가 해왔지만 올해 처음으로 경향신문, 뉴스타파가 작업에 참여했다. 내역만 12만8000여건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선 공동취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뜻을 모은 건 올해 초였다. 해마다 자료 정리에 어려움을 겪던 오마이뉴스에 뉴스타파가 먼저 공동 작업을 제안했고, 경향신문까지 의기투합하며 3개 언론사가 2022년 정치자금 자료를 함께 분석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3개 언론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수입지출 보고서 스캔 이미지를 엑셀 프로그램에 입력, 디지털 형태로 전환해 분석을 진행했다. 엑셀 프로그램 입력 비용은 경향신문이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충당했다.
오마이뉴스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을 담당하는 이종호 기자는 “혼자 했을 땐 OCR(문자 인식) 프로그램을 돌려 정제했는데 아무래도 완벽하지 않아 일일이 오자를 잡아줘야 했다”며 “입력 대행 회사에 맡기려면 2000만원 정도 비용이 드는데 저희는 이미 언론재단 지원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다행히 올해는 경향에서 기금 신청을 해 입력 작업을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디지털 형태로 전환된 자료는 세 회사가 부분별로 나눠 분석하는 작업을 거쳤다. 함께 데이터를 맞추고, 특이사항을 정리하는 한편 6월로 보도 시점을 조율했다. 또 기사 내용이 너무 겹치지 않도록 서로 집중할 부분을 공유한 뒤 각자 취재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국회의원들의 주유 기록과 ‘품앗이’ 후원 문제를, 경향신문은 의원들의 특별당비와 모임 회비를 각각 파고들었다. 오마이뉴스도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의 동거비용 지출 의혹 등 관련 기사를 수차례 보도했다.
세 언론사의 공동취재는 여러 모로 이점이 많았다. 정치자금 보도가 지속되며 불법으로 보기엔 애매하지만 국민들 눈높이엔 맞지 않는 자금 유용이 많아졌는데, 세 언론사가 함께 상의하며 보다 명확한 기준을 세울 수 있었던 점이 특히 큰 성과였다. 이번 정치자금 기사를 쓴 곽우신 오마이뉴스 기자는 “저희끼리 했을 땐 너무 힘들었다. PDF 파일을 엑셀 파일로 변환하는 작업에, 그 파일을 들여다보고 오류를 찾는 과정이 맨 땅에 헤딩하듯 힘들었다”며 “그런데 이번에 공동으로 작업을 하니 데이터 부담을 좀 덜어내고 기획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이런 방식으로 계속 작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세 언론사는 앞으로도 매년 정치자금 분석 보도를 함께 할 계획이다. 황경상 경향신문 기자는 “처음이니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선례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하면서 계속 노하우가 생길 것 같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속 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도 “정치자금이 현재와 같이 PDF 형태가 아닌 데이터로 공개될 때까지 데이터 공개 및 취재를 계속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세 회사는 물론이고 같이 할 수 있는 언론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공동 작업을 희망하는 언론사는 언제든 환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