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추경안 무산, 사실상 존폐 기로

정태익 대표 "뭘 더 어떻게 하라는 거냐"

TBS에 대한 서울시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지원이 무산됐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26일 회의를 열고 서울시가 제출한 TBS 추경 73억원 출연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이로써 TBS는 올 하반기부터 방송제작비는커녕 인건비조차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그뿐 아니라 내년 1월1일부터 서울시 예산 지원이 전면 중단되는 상황에서 이를 되돌릴 새로운 조례안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사실상 TBS가 존폐의 기로에 놓인 셈이다.


서울시의회 문체위는 26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국민의힘 시의원들 전원 의결로 TBS 추경안을 부결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환 문체위원장은 “허위 왜곡 방송으로 인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법정 제재 조치를 받았음에도 출연자와 관계자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지난 12일 발표된 TBS 혁신안이 그동안 지적되었던 공정성과 공영성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미흡한 점, 출연금이 지원된다 하더라도 자체 수익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 조례’가 폐지되는 2024년 이후에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계획이 수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 등”을 추경안 부결 사유로 들었다. 앞서 지난 20일 회의에서 정태익 TBS 대표는 물론 최원석 서울시 홍보기획관까지 나서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간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서울시 출연금 지원 중단까지 6개월여가 남은 TBS. 지난 20일 정태익 TBS 대표(사진 왼쪽)와 서울시 홍보기획관까지 나서 “절체절명의 기간”이라며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추경안 통과를 호소했으나,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시의회 제공


당시 정태익 대표는 “(추경을 통해) 킬러 콘텐츠를 6개월 내에 만들어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면 사업 정상화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호소했으나,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2024년 이후 독립경영에 대한 준비 없이 추경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TBS 추경 지원이 “매몰되는 비용”이라며 “TBS를 다시 세금으로 운영하는 건 우리 역할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한, 일각에서 “방송 독립성을 포기한 굴욕안”이라고까지 혹평한 TBS 혁신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초래한 직원 징계와 구조조정 등 강력한 인사 혁신”이 빠져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정 대표가 “사람을 줄여서 제작 슬림화를 하라는 건 전 못하겠다. 저를 내리십시오”라고 반발하다 “뭘 더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고 고성까지 질러 회의가 중단되는 소동도 있었다. 이종환 문체위원장은 26일 “TBS 대표이사에 대해 관용과 배려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TBS는 지난 2월 정 대표 취임 이후 추경 확보를 위해 전사적으로 매달려왔다. 서울시가 올해 출연금을 전년 대비 88억원(27.5%) 삭감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방송 제작과 운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전임 경영진 시절 집행부를 전면 교체하고 ‘방송출연제한 심의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공정성 강화 혁신안을 발표하며 서울시의 추경안을 끌어내는 데까진 성공했으나, 시의회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추경 다음 목표였던 서울시의 TBS 출연금 지원을 위한 새로운 조례안 마련도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TBS에 대해 민영화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의회를 통과한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내년 1월 서울시는 TBS에 대해 출연기관 해제 절차를 밟게 되며, TBS는 민법상 비영리 법인이 되어 서울시로부터 출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서울시 출연금은 TBS 전체 재원의 약 70%를 차지해왔다. 상업광고가 금지된 TBS가 협찬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출연금 수입의 약 30% 정도로 올해 예산안에 편성된 자체수입은 약 88억원이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