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던 2010년 홍보수석실이 KBS 내 ‘좌편향’ 인사를 파악하라고 국가정보원에 지시하고 보고받은 정황이 드러났다고 경향신문이 27일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27일자 1면과 3면 기사에서 이 특보가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면서 공영방송 운영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이 2017~2018년 진행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사찰 재판 관련 공판기록·증거기록·진술조서 곳곳에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이 확보한 2017~2018년 국정원 불법사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0년 6월3일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보고했다. 이 문건 우상단에는 ‘5.28 홍보수석실 요청사항’, 하단 배포 대상에는 ‘홍보수석’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 문건에는 ‘좌편향 간부→반드시 퇴출, 좌파세력의 재기 음모 분쇄’ 등과 함께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 PD 등 직원 10여명이 ‘좌편향 간부’로 분류돼 이름과 성향이 적혀 있었고, 특히 “정연주 전 KBS 사장 추종 인물”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 고수”라고 명시됐다.
경향신문은 해당 문건을 작성한 국정원 직원의 검찰 진술조서에서도 이 특보의 개입 정황이 나와 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 불법사찰 수사기록에 첨부된 ‘참고인 진술조서’를 보면, 이 문건의 중간결재자였던 국정원 국익전략실 직원 A씨는 문건 작성 경위에 대해 “2010년 5월28일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요청해 작성된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이 보고서를 요청한 이유는 당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성향의 KBS 내부 인사를 솎아내겠다는 것이었다”고 진술했다.
해당 문건을 직접 작성한 정보분석관 B씨는 “정연주 전 사장과 친분이 있는 인물, 노조 활동을 했던 인물 등을 좌편향 인사로 분류했다”면서 “청와대 지시사항 및 국정원 지휘부 지시사항 자체가 당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좌편향 인사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진술했다.
경향신문은 국정원 문건에 ‘좌편향 인사’로 적시된 KBS 간부 중 일부는 프로그램에서 하차당했다며 국정원이 문건을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보고한 뒤 문건 내용이 일부 실행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동관 특보실은 문자로 “이 특보는 과거부터 해당 문건에 대해 요청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해왔다”고 경향신문에 밝혔다.
경향신문은 사설 <‘KBS 인사 개입’ 드러난 이동관, 방통위 수장 자격 없다>에서 “이 전 수석이 2010년 MBC의 지방선거 관련 보도에 영향을 미치려던 정황이 국회에서 폭로된 데 이어 KBS 인사 부당개입 정황도 드러난 것”이라며 “이는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적격성을 의심케하는 심각한 직권남용이다. 이런 그가 방통위원장에 임명된다면 똑같은 일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이 전 수석이 과거 방송 장악에 관여한 사례들만으로도 그의 방통위원장으로서 적합성을 문제 삼기에 근거가 충분하다”며 “윤 대통령이 인사 발표를 미루는 내막을 알 수는 없지만, 장고 끝에 악수를 두지 않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