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자신의 면직처분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강동혁)는 23일 “한 전 위원장이 방통위원장 직무를 계속 수행하면 방통위 심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공무집행의 공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며 한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낸 면직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은 TV조선 재승인 점수 고의감점 의혹으로 기소된 한 전 위원장의 면직 처분을 재가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튿날 서울행정법원에 면직 무효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한 전 위원장 측은 ‘방통위원장은 국회 탄핵소추에 의해서만 직무 배제될 수 있고, 탄핵소추 사유에 이를 만큼 명백한 법률 위반 사유가 없다’며 면직 처분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방통위원장도 방통위원 중 한 명인 만큼 다른 위원들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면직처분이 가능하다고 봤다. 방통위법에서 방통위원장에 대해 국회의 탄핵소추 권한을 별도로 부여한 건 행정부 수반에 의한 통제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을 때, 국회의 통제가 가능하도록 만든 병행적 규정이라는 해석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한 전 위원장을 기소하면서 적시한 혐의사실과 윤 대통령이 면직처분을 내리면서 제시한 근거 대부분이 면직 사유로서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 전 위원장이 △TV조선 평가점수가 수정된 것을 인지할 수 있었고 △이런 정황을 알고도 사실관계를 조사하려는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사후 과락을 전제로 TV조선에 대한 청문 절차를 진행하도록 해 방통위 공무원들의 개입을 묵인하고 사실상 승인했고 △‘방통위는 심사위원 점수평가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허위 보도설명 자료를 배포한 것 등에 비춰 면직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 전 위원장의 지휘·감독을 받는 방통위 공무원들의 개입으로 TV조선 평가점수가 수정되는 등 재승인 심사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됐다고 볼 수 있다”며 “형사범죄 성립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방송의 중립성‧공정성을 수호할 방통위원장이 그 직무를 방임하고 소속 직원에 대한 지휘‧감독 의무를 방기했다고 평가할 수 있어 이와 관련한 면직 사유는 소명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면직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한 전 위원장이 계속 직무를 수행할 경우 방통위 심의·의결 과정과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뿐 아니라 공무집행의 공정성, 국민의 신뢰가 저해될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법원 결정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한 전 위원장이 법률상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고 오늘 법원의 결정은 이를 명확히 확인했다”며 “방통위가 조속히 언론 자유와 보도의 중립성‧공정성을 수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