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한경)와 매일경제(매경)가 이달 들어 자사 온라인 콘텐츠를 요일·시간대별로 배치한 디지털 편성표를 공개하고 나섰다. 올해 초 동아일보(동아)가 방송사의 전유물이던 편성 개념을 신문사 온라인 부문에 도입, 주간 편성표를 선보인 시도가 주요 신문사에서 이어지는 모양새다. 자체 독자 확보란 목표를 넘어 궁극적으로 유료화 등 디지털 수익모델 마련을 위한 행보로서 콘텐츠 종류, 편성 전략, 성패 여부 등에 관심이 쏠린다.
한경은 지난 1일자 지면(2면)을 통해 ‘한경 로그인 회원 전용 디지털뉴스 편성표’를 공개했다. ‘로그인 독자’ 전용 콘텐츠를 대폭 확대하며 월~토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주간 총 50여개 코너를 편성시간에 맞춰 제공하고 회원가입을 유도한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콘텐츠&플랫폼 TFT 팀원)는 “회원에게 정해진 요일, 시간에 (콘텐츠를) 전달하겠다는 (회사의) 약속이면서, 독자들에게 정해진 시간에 오면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을 주려는 게 크다”고 했다.
콘텐츠 면면에선 주식과 부동산, 재테크 등이 주력 콘텐츠로 자리하며 매체 특성을 드러낸다. 특히 오전 7시를 전략 시간대로 삼아 ‘종목 집중탐구’, ‘오늘의 유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조재길의 핵심이슈’ 등 5~6개 콘텐츠를 집중해 주식 시장 오픈 전 정보를 제공한다. 박 기자는 “경제지 독자들이 바라는 부분에 맞췄고, 아르떼TV란 인문문화예술 플랫폼이 있는 만큼 편성표에선 비재테크 콘텐츠 비율이 낮은 편”이라며 “향후 콘텐츠 범위나 종류, 수, 전달방식 등 변화를 주며 실험을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매경도 지난 12일자 신문 2면에 ‘매일경제 온라인 콘텐츠 편성표’를 게시했다. 월~금요일 오전 6시부터 밤 9시까지 콘텐츠 60여개를 제공한다. 매경 역시 상위 1% 주식 초고수가 매수한 종목을 분석해주는 ‘오늘 오전·오후 초고수의 선택’, 건강한 재테크 습관을 돕는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등 재테크 콘텐츠를 주요하게 공급하며 부동산, 산업, 주식 분야를 다루지만 정치, 문화 콘텐츠도 대거 편성하며 차이점이 드러난다. ‘이상훈의 정치에 속지 않기’, ‘강영운의 생색’, ‘전형민의 와인프릭’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 분석 콘텐츠’엔 ‘로그인 월’을 뒀지만 ‘다양한 읽을거리’는 비회원도 볼 수 있게 했다.
“우리 플랫폼에 직접 들어와서 볼 기사를 공급하자”는 목표 실행의 방편으로 매경은 오는 8월 편성표에 “새로 들어오고 나갈” 콘텐츠를 구분하는 1차 작업을 진행하는 등 편성 체계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기철 매경 콘텐츠기획부장은 “외부 기고자 없이 사내 필진만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며 사내 역량 축적을 하려는 목표에 더해 기자 자체를 맡은 분야의 유명인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라면서 “독자들이 포털 기사와 다른 뭘 원하는지 테스트하고, 무엇보다 유료화 가능한 콘텐츠를 찾으려 한다”고 했다. 이어 “목표로 둔 로그인 회원 1차 숫자를 달성하면 다음 스텝으로 가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월 초 동아가 신문사 중 처음 도입한 ‘디지털 주간 편성표’가 타 주요 신문에서도 나타나는 형국이다. 동아의 경우 ‘편성표에 포함되는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기자들의 목표로 제시하며 지난 6개월 간 상당 성과를 얻기도 했다. 1월 36개로 시작한 콘텐츠가 현재 41개로 꾸준히 늘었고, 지난 3월 봄 개편에선 신문 외 여러 계열사가 편성 콘텐츠에 동참했다. 편성과 상관없이 다양한 기자, 팀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약 20개 콘텐츠가 부정기로 독자를 만나는 분위기도 의미 있다.
특히 사회부 법조 데스크인 황형준 기자가 여야 정치인, 법조계 인사를 다루며 장단점을 지적하는 ‘법정모독’은 회원 확보의 마중물 역할, ‘스타 기자’가 탄생한 성과로 꼽힌다. 이성호 동아일보 디프런티어센터장은 “1, 2월 법정모독을 통해서만 동아닷컴 회원이 6000명 넘게 가입했다. 이처럼 정치 콘텐츠가 앞에서 끌고, 층간소음이나 딥다이브 같은 경제 또는 생활정보형 콘텐츠가 뒤에서 밀면서 많은 신규 회원이 동아닷컴으로 유입됐다”면서 “퀄리티 콘텐츠를 꾸준하게 공급하기 위해 도입한 편성표가 소기의 성과를 얻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7월 개편에선 다양한 콘텐츠 신규 반영, 독자 선호 콘텐츠 ‘프라임 시간’ 배치, 주기성·정시성·퀄리티 유지가 어려운 콘텐츠 편성제외 등을 반영할 예정이다.
신문사의 온라인 편성표는 새 디지털 수익모델 실현이란 궁극적인 목표를 위한 첫 단계로서 자체 독자 확보·플랫폼 강화를 염두에 둔 전략이다. 유튜브나 뉴스레터 제작은 마감, 공개시점을 정하고 진행되지만 콘텐츠나 부서 단위가 아닌 언론사 차원에서 독자에게 시간표를 공개한 의미는 남다르다. ‘디지털 마감’에 대해 편집국 전반에 강제성을 부여하고, 무엇보다 포털 체제 하 산발적으로 뉴스를 접하는 독자에게 새 소비 습관의 기제를 준다는 의의가 크다. 중앙일보가 지난 1월 요일별 콘텐츠 리스트를 지면에 공개하고, 한국일보가 인스타그램 등 자사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특정 코너의 편성예고를 지속 알려온 행보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다만 본래 업무에 ‘회원 전용 콘텐츠’가 더해진 근무여건을 두고 고민이 부상한다. 한 신문사 노조 관계자는 “지면은 지면대로 막고 더 공을 들인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야 돼 일이 2배 이상이 된 분위기”라며 “의견을 수렴하고 타사 상황을 살펴 보상이나 근로시간 조정 관련 논의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