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6일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한 지 11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시행령 개정안이 정식 접수된 지 이틀 만이다. 이번 입법예고 기간은 10일에 불과해 방통위는 빠르면 이달 말 개정안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계의 비판과 우려에도 정부가 속전속결로 추진한 수신료 분리징수가 결국 눈앞에 다가왔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14일 전체회의에 보고안건으로 상정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원안대로 접수했다. 현행 제43조 2항 ‘지정받은 자(한전)가 수신료를 징수할 때 고지행위와 결합해 행할 수 있다’를 ‘행해서는 아니 된다’로 개정해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징수하도록 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여당 측 인사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은 개정안 접수에 찬성했다. 야당 측인 김현 위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방통위원 정원은 총 5명이지만 면직된 한상혁 위원장과 야당 추천 위원의 자리가 비어있어 현재는 3인 체제다. 이튿날 전국언론노조는 김 대행과 이 위원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 추진이 직권남용이라는 취지다.
방통위는 보고안건 접수 이틀 만인 지난 16일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는 법안의 내용과 취지를 알려 국민의 의견을 듣는 절차로, 시행령 제·개정의 입법예고 기간은 통상 40일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번 개정안에는 10일만 적용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은 법제처와 협의해 단축하거나 생략할 수 있다”며 “긴급 사안이라고 판단해 10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
방통위는 오는 26일까지인 입법예고를 거쳐 이르면 28일 전체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입법예고 다음 단계인 규제심사가 국무조정실과의 협의로 생략돼 절차가 한 단계 줄었다. 현 방통위가 여권 2인, 야권 1인의 구도여서 개정안은 곧바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방통위 의결 이후 남은 과정은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공포 순이다.
야당 추천 인사인 김현 방통위원은 개정 절차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입법 작업 중단을 촉구했다. 김 위원은 16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은 KBS의 재원·운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 규제사항임에도, 국무조정실이 단 하루 만에 규제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통보한 것은 졸속 심사”라며 “이제라도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했다.
눈앞으로 다가온 수신료 분리징수에 KBS는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 KBS는 16일 사내 공지글에서 “입법예고에 대한 다양한 법률검토와 수신료 분리징수의 문제점, 정부의 무리한 분리징수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방통위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향후 관련 절차와 경과에 따라 총력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했다. KBS는 21일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 진행을 정지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할 예정이다. 또한 방통위가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단축한 것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청구한다.
언론현업단체들도 정부가 단기간에 밀어붙이는 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영상기자협회는 19일 공동 성명에서 “정부는 공영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기 위한 수신료 분리징수 공작을 당장 중단하라”며 “우리는 현 정권의 부당한 행태에 끝까지 힘을 모아 싸울 것”이라고 했다. 이들 단체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개정안 마련을 주도한 김효재 방통위원장 대행의 탄핵을 촉구할 예정이다.
*6월20일 오후 8시경 출고된 첫 기사에 <경향신문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2011년 행정절차법 개정으로 입법예고 기간이 40일 이상으로 늘어난 이후 방통위가 정한 입법예고 기간 중 이번이 가장 짧다.>라는 문장이 있었으나, 21일 방통위에서 "2016년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 이의신청 규정 변경에 대한 입법예고 기간이 5일이었다"고 밝혀와 위와 같이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