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가조작

[제392회 이달의 기자상] 이호진 JTBC 탐사보도부 기자 / 경제보도부문

이호진 JTBC 기자

처음 제보를 들었을 때는 이런 대규모 경제범죄가 수년 간 누구에게도 적발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1조가 넘는 거래 규모에 온갖 사회 지도층, 연예인들이 연관돼 있고, 이들이 다단계 방식으로 또 다시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직원 100여명을 고용해 실제 기업들을 사들이거나 세워서 배분하는 수수료 정산방식까지.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기엔 믿기 어려웠습니다.


취재팀은 제보를 받은 뒤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관련자들을 접촉해 파편적인 정보들을 모았습니다. ‘수수료 정산’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업체 명단을 받은 뒤 관련자 명의로 설립된 법인들을 새로 파악해 윤곽을 그렸습니다. 현장 취재로 골프, 드라마제작업체, 승마장 등이 제대로 된 영업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취재진은 주가조작 세력을 운영하는 라덕연 대표의 가족 명의로 운영되며 고객들의 카드를 모아 수수료를 정산하는 음식점에 손님으로 들어가 카드깡하는 모습을 포착하기도 했습니다. 또 라덕연 대표가 거액 투자자, 이른바 ‘큰손’들과 회의하는 모습도 확보했습니다. 취재팀은 확신을 얻었습니다. 문제는 보도 이후 금융당국·수사당국 조사 전 이들이 증거들을 은폐하고 해외로 도피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때문에 취재진은 금융위·검찰과 취재 내용을 공유하며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던 4월24일 갑작스레 관련 종목들이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이들이 관리하던 종목들이었습니다. 취재팀은 보도를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보도 시작 이후 취재팀은 며칠이 걸리든 반복해서 납득할만한 해명과 반론을 요구했고,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쓰려 노력했습니다. 더 취재에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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