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제392회 이달의 기자상] 조건희 동아일보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조건희 동아일보 기자

아들의 심장이 점점 느리게 뛰는데 구급차는 멈춰 서 있습니다. 남편의 부러진 다리가 썩어 가는데 받아주는 병원이 없습니다.


지독한 악몽 같지만, 지난해 이준규군(14)의 어머니와 박종열씨(40)의 아내가 직접 겪은 일입니다. 지금도 누군가 겪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표류-생사의 경계를 떠돌다> 시리즈는 이들처럼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떠돈 응급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히어로콘텐츠팀은 동아일보가 2020년 창간 100주년을 맞아 출범했습니다. 취재 기간과 주제, 형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참신한 콘텐츠’를 독자에게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반면 ‘표류’는 의료 현장에서 매우 흔한, 독자에게는 ‘자주 본 이야기’입니다. 정부의 핵심 대책들도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언뜻 히어로콘텐츠와 ‘표류’는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취재팀은 오히려 그렇기에 이 주제를 다룰 가치가 있다고 봤습니다. 같은 대책이 반복되는 원인을 파고드는 건 심층 취재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많은 독자가 ‘나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실감하려면 ‘표류’의 현장을 생생하게, 참신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가 3건의 인터랙티브 기사와 5회의 지면 시리즈입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표류’ 환자 26명의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그중 두 분이 세상을 떠났고, 살아남은 이들 중 대다수도 ‘표류’의 시간이 몸과 마음에 남긴 상처로 고통 받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큰 고통 속에서도 취재에 응해준 이유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었습니다. 취재팀은 그 바람이 이뤄질 때까지 후속 보도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떠난 분에게는 명복을, 생존자에게는 평안과 용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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