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16일 TV 수신료 통합징수를 금지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을 보고 안건으로 상정한 지 이틀만이다. 방통위는 통상적으로 40일간 진행하는 입법예고 기간도 10일로 단축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논평을 내고 “밀어붙이기 속도전이 가히 숨 막힐 지경”이라며 “정상의 민주 정치를 압살하는 속도의 폭력이 무섭다”고 밝혔다.
개정 조문은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으로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를 “~ 행하여서는 아니된다”로 바꾸는 내용이다. 지난 30여년간 한국전력공사가 위탁받아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통합해 징수해 온 현행 방식이 더는 허용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언론연대는 이를 두고 “KBS는 물론이고 EBS 등 공영방송 근간을 뒤흔드는 가히 급변의 계획”이라며 “일개 시행령의 몇 자 문구 변경으로 어마어마한 변화를 초래할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징수 방식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 공영방송시스템 전반의 위기가 바로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란 것이다.
언론연대는 “대체 이 논란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은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결코 현 정권에서 끝나지 않을 공영방송을 그 체제 유지의 책무를 위임받은 방통위가 위협하고 나선 모순을 방통위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정권이 바뀌면 또 코드에 따라 시행령 문구를 바꾸고 뒤집고 하면 될 일인가?”라고 물으며 “일방 통행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방통위의 정당성 위기를 다시 짚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수신료 문제와 공영방송의 민주주의 역량 강화는 따로 떼어놓고 설명될 수 없다. 공영방송 민주화를 위한 수신료 논의에 적극적일 것이며, 공영방송 민주화에 반하는 수신료 논의를 문제 삼는다”면서 “정권의 공영방송 길들이기 정치행위가 명백한, 방통위가 대통령실의 의도에 졸속으로 가담한, 한국 민주주의를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결정적으로 위협할 시행령 개정에 단호하게 반대를 표한다”고 했다.
EBS 노조 “수신료는 사회 안전망 위한 최소필요비용”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도 앞서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 길들이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방통위가 수신료 수입의 핵심인 ‘징수 방식’을 통해 공영방송을 압박함으로써, EBS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교육공영방송의 가치를 짓밟는 위법하고 비열한 장악 의도가 현실이 된다면, 모든 행동을 불사하고 전면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BS지부는 “전체 재원 중 TV수신료의 비중이 6%밖에 되지 않는 열악한 재정 상황에도 EBS는 우리 사회 공공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밝히며 “이러한 상황에서 공영방송의 존립을 위협하는 방송 장악이 이뤄진다면, EBS가 사명으로 충실히 지켜온 학교교육 보완과 평생교육 서비스는 결국 시장의 손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신료는 사회안전망 유지를 위한 최소필요비용”이며 “불안정한 공적 재원으로 인해 교육공영방송의 보편적 서비스 제공이 사라진다면 결국에는 사회적 격차 확대와 공공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EBS지부는 “공적재원이라는 숨통을 빌미 삼아 교육공영방송을 망가뜨리려는 방통위는 과연 국민을 위한 기관인가”라고 성토하며 “국민이 주인인 EBS 구성원들은 단호하고 강력한 행동으로 정부와 방통위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며, 책임자들은 그 죗값을 철저히 치러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