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벌떼입찰·편법증여' 서울신문 보도 사실이었다

1년 전 삭제된 기사서 제기한 의혹들 공정위 확인·과징금 부과…"김상열 회장이 책임져라"

호반건설이 이른바 ‘벌떼입찰’ 등을 통해 총수 아들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수백억대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해 1월 서울신문이 삭제한 ‘호반건설 대해부’ 기사의 상당 부분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김상열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신문 2019년 8월2일자 1면 기사. 현재 온라인에선 볼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호반건설이 복수의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 등을 동원해 벌떼입찰로 공공택지를 확보한 뒤 총수 아들이 소유한 회사에 넘겨주는 등의 방식으로 부당 내부거래를 한 혐의가 적발됐다며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국민의 주거안정 등 공익적 목적으로 설계된 공공택지 공급제도를 악용하여 총수 일가의 편법적 부의 이전에 활용한 행위를 적발 및 제재하였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은 지난 2013~2015년 다수의 계열사를 설립해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를 장남 김대헌(호반그룹 기획총괄 사장) 소유의 ㈜호반건설주택 등과 차남 김민성(호반산업 전무) 소유의 ㈜호반산업 등에 양도하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로 부당 지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23개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발생한 5조8575억원의 분양 매출과 1조3587억원의 분양이익은 2세 회사로 귀속됐다.

이 같은 부당 지원행위로 2세 회사들은 급성장했으며, 2018년 호반건설주택이 호반건설에 피합병되는 과정 등을 거치면서 장남 김대헌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도 사실상 완료됐다.

서울신문은 2019년 호반건설이 포스코 지분을 전량(19.4%) 인수하며 3대 주주가 되자 ‘건설사의 언론 사유화 시도’라 반대하며 편집국에 특별취재팀을 구성, ‘호반건설 대해부’ 특집 보도를 해왔다. 이 가운데 2019년 8월2일자 1면 기사 <호반, 유령 자회사로 벌떼 입찰···신도시·공공택지 ‘편법 싹쓸이’>, 같은 해 8월5일자 <일감 몰아주기보다 더 악질···호반 세 자녀에 ‘땅 몰아주기’>, <동탄·광명 ‘알짜 땅’ 장남에게 전매···편법 증여에 공공택지 악용> 등이 이번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서울신문은 호반이 최대주주가 되고 김상열 회장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해 1월, ‘호반건설 대해부’ 시리즈 등 호반에 비판적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에서 삭제했다. 모두 57건에 달했다. 공정위 발표보다 4년 앞서 서울신문이 확인해 취재한 기사를 서울신문에선 지금도 볼 수 없다. 언론노조는 16일 낸 성명에서 “관련 보도와 기사 삭제 파동의 꼭짓점에 서울신문 회장 김상열이 있었으니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신문 회장인 당신이 지금 져야 할 첫 번째 사회적 책임은 ‘삭제된 기사 57건을 온전히 되살리는 것’”이라며 “이 정도의 사회적 물의를 빚고도 알량한 힘자랑으로 자신의 치부를 가리고 편집권 독립에 먹칠을 한 책임을 질 생각이 없다면 이참에 언론계를 스스로 떠나는 게 좋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2019년 8월13일자 1면 기사. 역시 온라인에선 볼 수 없다.

국토부 장관 “호반 벌떼입찰 추가 수사 의뢰”

한편 연합뉴스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15일 입장문을 내고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결과를 떠나 고객·협력사·회사 구성원 등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6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호반의 부당 내부거래를 두고 “불공정도 이런 불공정이 없다”고 비판한 뒤 “현재 호반건설의 2019~2021년도 벌떼입찰 건도 국토부가 경찰에 수사의뢰했다”면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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