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제23대 노동조합이 사무국장 없이 지난 1일 출범했다. 4월 말 치러진 노조위원장 선거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이 기간 사무국장을 구하지 못한 것이다. 김중호 CBS 노조위원장은 “변명의 여지없이 위원장 본인의 부덕과 책임이 가장 크다”고 밝혔지만, CBS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김중호 노조위원장은 지난 12일 낸 입장문에서 “23대 노조는 불완전한 상태로 문을 나서게 됐다”며 “조합원 여러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노조위원장 선거 이후 지금까지 사무국장에 적합한 조합원을 찾았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끝내 얻지 못했다”며 “지난 한 달 동안 한 명의 어린 양을 찾기 위해 CBS 사옥을 훑고 다니면서 조직의 참담한 현실과 직면해야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회사 어디 할 것 없이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 열악한 임금에 대한 조합원들의 호소가 빗발”쳤다. 특히 제작국의 경우 PD 노조원 수가 23명인데 이 가운데 선임급 PD가 아닌 차장급 이하 PD 수는 10명이고, 이 중 절반이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쇼’, ‘한판승부’에 배정돼 있었다. 이 때문에 고작 5명의 PD가 나머지 프로그램 전부를 책임지고 있었다.
보도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침 뉴스팀은 앵커를 제외하고 기자 3명이 20분 뉴스를 온전히 채우고, 저녁 뉴스팀 역시 앵커를 제외하면 선임기자 1명이 30분 라디오 뉴스와 유튜브 생중계를 전담하고 있었다. 심지어 앵커는 출입처까지 챙기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터키나 우크라이나에 역사적 참사가 났어도 비행기 삯을 아껴야 한다며 기자를 현장에 보내지 않는 것이 ‘CBS의 전통’이 돼가고 있다”며 “지역국의 현실은 더 언급하지 않겠다. 사무국장 한 명 지원해 달라는 말을 꺼내기가 무서운 상황, 이것이 CBS의 무거운 현실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경영진은 나쁜 경영 사정을 이유로 걸핏하면 신규채용을 외면하곤 했고, 심지어 사람을 뽑지 않아 한 해에 ‘몇 천만원’의 순이익을 남겼다며 자랑했다”며 “23대 노조는 현 상황을 만든 책임에서 노조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통렬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비정상을 조금이라도 정상으로 돌릴 방법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또 “노조를 하루빨리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며 “비록 위원장 한 명이지만 항상 귀를 열어 놓겠다. 자주 노조 사무실로 오셔서 의견을 제시해주시고, 질책도 해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