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직장 어린이집' 추진… 사장 "당연하다"

[김정호 사장, 공개 석상서 설치 확약]
내년 10월 부평 윤전공장 준공 후
사옥 내 윤전시설 줄면 단계적 가능
관할구청 측도 긍정적 답변 보내와

한국경제신문(한경)에 ‘직장 어린이집’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내년 윤전공장 이전에 따라 사옥 내 어린이집 설치를 막았던 장벽이 사라지는 여건에서 김정호 사장이 “(설치를) 당연히 할 것”이라 공언했기 때문이다. 수년이 걸릴 일이지만 극히 일부 대형매체만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한 국내언론 현실에서 어린이집을 갖춘 첫 경제지가 나올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달 31일 한경 노보<사진>에 따르면 내년 10월 부평 윤전공장이 준공되고 2대 신형 윤전기가 100% 가동해 현 사옥 내 윤전시설이 단계적으로 사라지면 회사에 직장 어린이집을 꾸릴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소음과 진동을 유발하는 윤전시설은 어린이집 설치가 불가한 위험시설인데 이 설비가 사라지며 어린이집을 지을 수 있게 되는 것. 실제 노보엔 기타 세부기준을 갖춰야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인 위험시설이 사라진다면 설치를 위한 필수조건은 갖추게 된다”는 서울 중구청 관계자의 답도 실렸다. 신형 윤전공장 건설이 ‘직장 어린이집’ 설치의 최소 요건을 충족시키는, 예기치 못한 요인이 된 셈이다.


이후 김 사장은 지난달 18일 노조 창립 35주년 기념식에서 “현재 복지 분야에서 (문제가) 제일 심각한 게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라며 “(윤전공장을 이전하게 되면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당연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의 상시근로자 수는 지난 5월 현재 492명으로 직장 어린이집 의무설치 기준인 500명보다 적은데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어린이집 설치를 공언한 것이다. 지난 4월 중순 한경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신문에 ‘줄어드는 인구, 소멸하는 한국’ 기획 시리즈를 내왔고, 김 사장은 해당 자리와 보도 등에서 “회사 내에 어린이집을 설치하고 싶어도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짓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아이를 낳고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등 발언을 해온 참이었다.


현재 본사 사옥에 한국경제TV, 한경닷컴, 한국경제매거진 등 계열사 대부분이 입주해 이용수요 역시 충분하다고 노조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경미디어그룹 통합 어린이집’ 운영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현재 회사에서 어린이집을 지을 수 있는 공간은 윤전동 1층이 유일한데 건축설계가 진행되지 않았고, 어린이집 설치와 관련한 공식 논의도 아직은 없는 상태다. 회사는 “2년여의 시간이 남아 있어 건축설계를 위한 시간은 많다”고 했다. 노조는 ‘일부 직원만 누리는 선별적 복지’란 입장도 있는 만큼 오는 19일까지 조합원 의견수렴을 진행, “찬성 의견이 많으면 이를 회사 측에 전달하고 본격적으로 추진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9일 시작된 설문엔 12일 현재 전체 조합원 중 3분의 1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언론사 중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한 사례는 지상파 방송사 정도에 국한될 정도로 매우 드물었다. 현재 KBS와 MBC가 사내에, SBS가 회사 주변 건물에서 어린이집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수년이 걸릴 사안이지만 한경이 어린이집을 설치하면 경제지로선 최초, 현재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신문사로는 두 번째에 해당한다. 2020년 8월 중앙그룹이 중앙일보와 JTBC를 비롯해 그룹 계열사 전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집을 사옥 인근 건물에 마련한 사례가 있어서다. 특히 어린이집을 만들 의향은 있지만 단일 언론사로서 이용 수요가 고민이라면 KT스카이라이프, CJ ENM 등과 공동투자해 2017년부터 어린이집을 설치 및 운영 중인 YTN의 사례(정원 99명 중 재원 62명, YTN 직원 자녀 23명)를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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