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비계덩어리 삼겹살' 눈속임 종지부

[제391회 이달의 기자상] 정유미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 경제보도부문

정유미 경향신문 기자

고물가시대 삼겹살 데이(3월3일) ‘반값’ 할인행사는 서민들에게 고마운 기회였다. 그러나 소비자의 제보는 참담했다. 사진 속 삼겹살은 절반 이상 비계덩어리였고, 유통사는 반품·환불을 거절했다. 먹지도 못할 비계를 밑바닥에 깔아 사실상 가격을 속이는 그릇된 상술이다.


‘대형마트, 삼겹살데이=비계데이’ 첫 기사를 보도했다. 곧바로 유명 커뮤니티와 SNS에는 ‘비계 덩어리 삼겹살’ 인증샷이 넘쳐났다. 업체들은 수백, 수천개의 공감 댓글과 비판이 쏟아지자 반품·환불과 재발 방지를 악속했다. 경험상 업체들은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할 것이고 근본적 해결책은 멀어져가는 관심과 함께 잊힐 것이 분명했다. 이번만큼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소비자를 우롱하는 상술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마음먹었다.


핵심은 ‘고기와 비계 비중’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데 있었다. 기준이 없으니 교환·환불을 받으려면 소비자들은 실랑이를 벌여야만 했다. 취재를 통해 ‘삼겹살도 등급제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 하지만 소고기 등급제와 달리 효용성 없는 무용지물이었다. ‘한돈’은 더 심각했다. 가격이 비싼 이유는 품질이 아닌 브랜드 홍보비용 탓이었다. 정부 부처는 ‘기준이 없다’ ‘소관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20년째 ‘한돈’ 브랜드에 매년 56억의 혈세를 쓰고 있었다.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4차례 기사가 이어졌고 결국 정부 당국은 삼겹살 지방함량 표시 권고 기준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릇된 상술에 분노한 소비자들의 힘이 보도를 이끌어냈다. 소비자들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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