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경남 사투리로 만든 지면... 지역 독자 '단디' 사로잡았다

[지역 속으로] 경남 사투리 소개 '겡남말 소꾸리' 7년째 연재 / 허철호 경남신문 기자

“야~야, 단디해라.” 어릴 때 우리 옴마(어머이, 어무이)가 내한테 자주 하시던 말 아입미꺼. 요즘은 프로야구 NC다이노스 마스코트의 이름이라 요동네 아들도, 다른 지역 사람들도 그 뜻을 알낍미더. 사전에서 ‘단디’를 치보면예 ‘단단히’의 방언(경상)으로 나옵미더. 그러나 단단히와 단디 카는 거는 마 느낌이 다르다 아입미꺼. 와그란지 우리 옴마가 하시던 그 말이 아인 거 같습미더. 말에는 그 지방의 문화가 억수로 담깄는데 오새는 우리 지역 아들도 경남말을 잘 몰라예. 이라다보이 할매, 할배하고 아들이 말이 안 통한다 카데예. 서울이라 카는 친구가 내보고 경남말 좀 배아돌라 카이 이참에 서울이와 우리 지역 아들한테 경남말을 한 번 갈카볼라 캅미더. 내하고 친구 서울이하고 주고받는 말들을 요다가 함 적어볼라 캅미더.


2016년 6월 경남신문의 ‘경남말 소쿠리’ 1회 게재 때의 소개 글이다. 경남말 소쿠리(겡남말 소꾸리)는 그때부터 7년째, 처음 2년간은 매주, 그후엔 격주로 금요일에 게재되고 있으며 2023년 3월 현재까지 총 227회 실렸다. 경남신문에 실린 기사를 소재로 ‘경남’과 ‘서울’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매회 2개 이상의 경남지역 사투리를 소개한다.

2016년부터 7년째 경남신문에 경남지역 사투리를 소개하는 코너 경남말 소쿠리(겡남말 소꾸리)를 연재하는 허철호 기자는 한글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0월9일 제576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사진은 허 기자(가운데)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표창을 받는 모습. /허철호 제공


연재는 경남 사투리를 활용해 새로운 지면 콘텐츠 발굴을 시도한 게 계기가 됐다. 연재 결정을 하기 전, 우리 신문의 한 지국장과 새 기획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경남 사투리로 기사를 쓰면 독자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얼마 후엔 장모님이 집에서 쓰레기를 치우다 초등생인 조카가 ‘내버리다’ 뜻인 ‘내삐리다’를 몰라 묻더라는 얘기도 들었다. 나는 또 창원시가 2003년 ‘창원말사랑’이란 제목으로 사투리 단어들을 설명한 소책자도 갖고 있었다. 경남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50여 년을 생활하고 있다는 점도 연재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 연재에 더욱 자신감을 갖게 한 건 경남 방언 전문가인 김정대 경남대 국문학과 교수와의 만남이었다. 경남말 소쿠리 1회 게재 후 신문사에 강의를 온 김 교수에게 취지를 설명한 후 도움을 요청했고, 기사 검수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사투리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연재를 시작하자 매주 얘깃거리는 물론이고, 사투리 단어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시간 날 때마다 신문을 뒤지고, 사전을 검색했다. 동료나 지인들에게서도 소재와 단어를 찾았다. 길을 가다가도 대화 소리가 들리면 귀를 기울였다. 쓸 만한 단어가 나오면 메모했다.

허철호 경남신문 기자가 2016년부터 7년째 경남신문에 연재 중인 경남말 소쿠리(겡남말 소꾸리). 올해 3월까지 총 227편이 경남신문 지면과 온라인에 실렸다. '경남'과 '서울'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매회 2개 이상의 경남지역 사투리를 소개하는 코너다.


이런 노력에도 글을 쓸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18개 시·군으로 이뤄진 경남은 생각보다 무척 넓었다. 같은 뜻의 사투리가 지역마다 달랐다. 가령 ‘부추’를 김해 등 동부경남에서는 ‘정구지’라고 하고, 진주 등 서부경남에서는 ‘소풀’이라고 했다. 남해에서는 ‘오이소(오세요)’를 ‘오시다’, ‘가이소(가세요)’를 ‘가시다’라고 했다. 경남에서 오랜 시간 살아왔지만 처음 듣는 말들이 ‘천지삐까리(매우 많음)’였고, 맞춤법 표기 등을 확인하는 것도 힘들었다. 또 어렵게 찾아낸 단어가 일본어여서 힘이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김 교수와 일본어 강사인 처형의 도움으로 연재를 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김 교수와 주고받은 메일만 450건이 넘는다.


연재 과정에서 2017년 3월 경남방언연구보존회가 발행한 ‘경남방언사전’도 큰 도움이 됐다. 두 권으로 이뤄진 사전엔 다양한 사투리 단어가 지역별로 정리돼 있어 전보다는 작업이 수월해졌다.


그동안 경남말 소쿠리에서 꾸루무리하다, 정구지찌짐, 얼척없다, 비스무리하다, 얼라(알라), 간얼라(간알라), 당그라매다, 쌔리다, 잉가이, 널찌다, 하모, 꾸룽내, 데기, 억수로, 꼬롬하다, 점빵, 주리, 이불로, 막살하다, 오지기, 각중에, 머러카다, 비미, 서답, 수태기, 백지(맥지), 새미, 등더리, 궁디, 뻭다구, 뻬간지, 살키, 가죽다, 어불리다, 갤마주다, 끼꾸룸하다, 헐타, 항거석, 보오쌀, 박상, 퍼떡, 패내끼, 담부랑, 자빠라지다, 일바시다, 맨치로, 주루다, 쎄빠지다, 디비다, 야시, 호래이, 끄내끼, 가새(가시개) 등 500개 이상의 경남말을 소개했다. 특히 쑥시기판, 보골, 송신하다, 엉글징 등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돼 있지 않은 사투리들을 발굴했다.

허철호 경남신문 기자


독자들의 호평도 연재에 큰 힘이 됐다. 40~50대는 소개된 사투리 단어가 지난 시절을 추억할 수 있게 해줘 좋았다고 했고, 젊은층은 몰랐던 사투리 단어를 알게 되고 그 속의 이야기도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경남신문 독자위원회서도 “사투리를 통해 우리 지역에 대한 애착을 불러일으키는 흥미로운 기획”이라고 평가했다.


경남말 소쿠리는 2016년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지역문화와 언론부문 우수사례로 선정됐고, 지난해엔 내가 소쿠리 연재 등 한글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10월9일 제576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말은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 사투리도 사전이 아닌 지역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쓰여야만 생명력을 갖는다. 통영 동피랑의 지역 사투리로 된 관광 안내문처럼 생활 곳곳에서 더 많이 사용되기를 바란다. 학교에서도 지역어 교육이 이뤄져 사라져가는 경남말이 되살아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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