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난방비 더 써도 더 추운 '단열 빈곤층'

[제389회 이달의 기자상] 홍윤기 서울신문 멀티미디어부 기자 / 사진보도부문

홍윤기 서울신문 기자

지난 1월25일. 서울의 체감온도는 영하 25도, 역대급 한파였습니다. 이날은 난방비 폭탄 고지서 배달이 미리 예견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추위와 난방비 폭탄의 여파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스케치 사진을 취재하고자 했습니다. 쪽방촌에서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고 지내는 한 노인의 사진과 반팔 티셔츠를 입고 생활하는 아파트 주민의 사진이 떠올랐습니다.


두 이미지의 ‘격차’를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파트와 쪽방촌의 모습을 비교하는 사진을 기획했습니다. 온도를 색으로 나타내는 열화상 카메라가 격차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를 활용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취재 당일 오전 일찍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한 아파트 단지를 촬영했습니다. 바깥 기온이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졌음에도 아파트의 거실창 온도는 영상 9~12도였습니다. 같은 시간대의 온도를 비교하기 위해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전경이 보이는 언덕으로 빠르게 이동해 쪽방촌을 촬영했습니다. 쪽방촌의 창문 온도는 영하 10~16도였습니다. 약 20도. 두 거주지의 온도차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아파트는 새빨갛게, 쪽방촌은 새파랗게 물들었습니다.


본 사진이 보도된 이후 ‘난방비’ 문제는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에 대한 이슈로 흘러갔습니다. 그날 오후 정부는 급하게 ‘취악계층 난방비’ 지원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열화상 카메라 사진 속 빨강과 파랑의 대비는 에너지 취약계층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취재를 이끌어주신 부장과 많은 격려해 주신 서울신문 멀티미디어부 선배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푸른색의 쪽방촌에도 따듯한 겨울이 오는 날까지 주시하고 또 주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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