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ASF 울타리 복마전: 2천억은 어디로 갔나

[제386회 이달의 기자상] 원석진 G1 기자 /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원석진 G1 기자

국가 예산은 ‘남의 돈’이 아니라 ‘우리 돈’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피 같은’ 예산은, 꼭지만 돌리면 나오는 수돗물 취급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제가 2년 넘게 의문을 품었던 환경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울타리 설치사업이 그랬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환경부의 한 장짜리 자료. ASF 울타리는 전국 22개 시군에 걸쳐 2693.2km 설치됐고, 예산 1770억원이 투입됐습니다. 환경부는 ASF가 ‘비상재해’라고 해석해 전량 수의계약을 택했습니다. 1년 차, 2년 차, 3년 차까지도 모두 수의계약이었습니다.


그러자 복마전이 펼쳐졌습니다. 업체들은 법인을 급조했고, 환경부 산하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수의계약을 부탁했습니다. 날림 시공과 불법 하도급은 기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소수 업체에 수의계약을 척척 내줬습니다.


기획보도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환경부 장관은 ASF 울타리 사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약속했고, 얼마 뒤 환경부는 자체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두고 볼 일입니다. 국가 예산을 졸속 집행하고도 아무런 반성이 없는 환경부가 제 머리를 깎을 수 있을지 심히 의심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기자가 해야 할 일은 간명합니다. 끝까지 의심하고 감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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