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제53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하면서 CBS는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영광스러운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기까지 9개월이 걸렸습니다. 짧은 시간이 아니었지만, 좋은 선후배들과 함께였기에 포기하지 않고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보도의 첫 단추는 “쌍방울의 대북 사업을 주목하라”는 첩보였습니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첩보였지만, 다양한 분야의 다수 취재원들 입에서 나온 말이었기에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인물과 자금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중 쌍방울의 계열사인 나노스가 2019년 초 민간 대북교류 단체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안모 회장을 사내이사로 영입한 부분을 포착하고, 그를 중심으로 인물 관계와 자금 흐름을 취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취재를 이어가니 어느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정황까지 확인하게 됐습니다.
쌍방울의 수상한 대북사업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사업의 길목마다 이 전 부지사가 연루돼 있고, 경기도도 관련 행사에서 관여가 돼 있기도 합니다. 쌍방울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핵심 기업으로 지목되는 상황입니다.
이번 보도의 의미는 쌍방울그룹과 아태협의 관계 그리고 아태협을 내세운 쌍방울의 경기도 대북교류행사 우회 지원 의혹이 처음으로 알려졌다는 겁니다. 여기서 뻗어나간 쌍방울의 북한 광물자원 개발을 매개로 한 주가부양 의혹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역할, 주식 차명 보유 정황과 뇌물 혐의까지 자칫 수면 아래 묻힐 수 있던 사안들이 취재 기자들의 추적과 보도로 속속 드러났습니다. 아직도 할 일이 남은 것 같습니다. 좋은 보도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