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성착취 불패의 그늘

[제385회 이달의 기자상] 나주예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나주예 한국일보 기자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 사람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거기에 집결지가 있었어?” 혹은 “집결지가 아직도 있어?” 외면해왔거나 관심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기존에 성매매를 다뤄온 방식과 다른 보도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초점을 맞춘 부분은 ‘누가 성매매를 알선·매수했는가’가 아닌, ‘누가 성매매 장소를 제공했는가’였습니다. 놀랍게도 그 당사자는 업주도, 건물주도 아닌 국가였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수십 년간 불법 성매매 영업장소를 제공한 정부와 지자체의 묵인·방조가 있었기에 건물주와 토지주들은 성 착취로 얻은 임대수익을 몰수·추징당하긴커녕 부동산 불패 신화의 수혜자가 될 겁니다.


이곳엔 2025년 44층 높이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섭니다. 이들에 대한 단죄는 기약이 없고 성 착취 피해자인 언니들은 집결지를 떠나야 합니다. 용산과 청량리 집결지, 그리고 영등포에서도 누군가 부동산 수익으로 배를 불리는 동안 언니들에겐 ‘탈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복잡한 성매매 메커니즘을 단 3회 시리즈 기사로 모두 설명하기엔 한계도 많았습니다. 후속보도를 이어 나가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1~9월까지 집결지를 찾아가 만난 언니들, 취재 문의에 늘 흔쾌히 응해 주신 다시함께상담센터, 후배의 보고에 깊이를 더해주신 윤태석·이동현 캡, 설익은 기사를 고쳐 주신 김이삭 차장, 부원들을 믿어 주신 강철원 부장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늦은 밤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기를 들어주신 서재훈 선배, 빈자리를 메워준 사건이슈팀 팀원들 감사합니다. 현장에서 함께한 김도형 선배,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취재에 임해준 후배, 나광현 기자에게 공을 돌립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