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기자에게 제보란 ‘오아시스’처럼 보이지만 대체로 ‘신기루’와 같습니다. 제보자 A씨의 주장도 ‘오아시스’와 ‘신기루’ 사이 어딘가에 있었습니다. “내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법조계 고위직인 이영진 헌법재판관에게 골프와 식사를 접대했다. 고가의 골프 의류와 현찰도 전달하려고 시도했다”는 그의 말은 허무맹랑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취재팀은 그를 처음 만난 뒤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취재팀은 A씨를 만나고 현장을 다니며 하나하나 검증했습니다. 골프장 영수증이 나왔고, ‘이영진 헌법재판관에게 건네달라’는 부탁과 함께 A씨에게 금품을 받은 변호인 역시 사실 관계 상당 부분을 인정했습니다. 취재팀 내부에서 고민과 격론도 오갔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사법 신뢰가 훼손되는 건 작은 틈에서 시작하고, 헌법이 신분을 보장하는 고위 법조인에겐 그만큼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보도 이후 수사기관이 움직여 밝혀야 할 의혹도 보였습니다.
8월 어느 날 이영진 헌법재판관을 직접 만났습니다. 이영진 재판관은 일부 의혹은 부인했지만, 골프와 식사를 한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취재 내용을 인정했습니다. “생각이 짧았고 부주의했다”며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끝이 아닙니다. 보도 이후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자진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나왔고, 공수처도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지켜보고, 책임 있게 보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