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치킨 공화국의 속살

[제378회 이달의 기자상] 조소진 한국일보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조소진 한국일보 기자

“오늘 치맥할 사람?” 저 역시도 심심하면 국민 간식 ‘치킨’을 찾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이 가장 많아 ‘치킨 공화국’이라 불립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들은 코로나19로 배달 주문이 늘어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높은 영업이익률 때문인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숫자는 최근 2년간 부쩍 늘었습니다. 빚 때문에 문을 닫았던 자영업자들이, 더 큰 빚을 내서 치킨집을 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돈을 벌 수 있을 거란 희망 때문입니다.


하지만 치킨을 팔아 생긴 수익은, 치킨을 만드는 데 관여한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돌아가고 있지 않았습니다. 관련된 모든 유통과정을 파헤쳤더니 치킨 공화국의 불편한 진실이 보였습니다. 속살을 한 꺼풀씩 벗길수록, 고민도 많아졌습니다. 육계농가→계열회사→프랜차이즈 본사 →가맹점→배달플랫폼으로 이어지는 유통구조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었기 때문입니다.


돈을 버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bhc처럼 본사가 ‘라벨 갈아 끼우기’와 다름없는 가공과정을 거쳐 구매강제품에 폭리를 취하는 일을 옹호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모펀드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가맹점을 쥐어짜는 일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노동을 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대가가 주어지고, 이익은 공정한 비율로 배분돼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뜨거운 기름 앞에서 12시간 동안 치킨을 튀기고, 암모니아 냄새로 가득 차 눈 뜨기 어려운 육계농장에서 닭을 키우고 있습니다.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취재에 응해주신 프랜차이즈 업계, 가맹점, 육계농장 등 취재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 곳에 신세를 졌습니다. 같이 고민해준 한국일보 선배들, 특히 물심양면 도와주신 강철원 부장께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탐사팀 이정원 기자, 윤현종 선배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합니다. 계속 질문하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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