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인 ‘건진법사’ 전모씨가 윤석열 부부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본지가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로부터 이 정보를 입수한 것이 벌써 수년 전이다. 이후 전씨가 운영하는 법당의 위치와 사진, 동영상 등을 수소문해 꾸준히 취재 자료를 축적해왔다. 운 좋게 실제 법당에서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를 마주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전씨로부터 직접 윤 후보의 상담 내용을 들은 사람과도 연이 닿았다. 그때만 해도 윤 후보와 전씨의 관계가 사생활의 선을 넘지 않아 기사화할 일이 없기를 바랐다.
충격적인 소식은 윤 후보 캠프에서 들려왔다. 정체 모를 ‘비선실세’가 윤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에 개입하고, 인재 영입을 위한 면접도 본다는 것이다. 그가 건진법사 전씨라는 것을 확인한 것은 그로부터 한 달쯤 뒤다. 윤 후보 부부와 친분이 있는 무속인이 공당의 대선후보 캠프에 들어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사적 영역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었다. 이미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를 통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에 기생할 때 벌어지는 참상을 절감한 바 있다. 하물며 일반인도 아닌 무속인이다.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기자로서 마땅히 국민에게 알려야 했다.
전면에 나서지 않고 서류상 증거도 없는 전씨를 ‘입증해내기’는 쉽지 않았다. 공익을 위한 보도라고 공감해주신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다. 자극적인 보도로 소비되거나, 기사가 사실 이상으로 과장돼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고민을 거듭했다. 결과적으로 기사에는 취재한 것의 일부만 담았다. 이젠 국민들도 같이 두 눈을 뜨고 감시하고 있다. 아무리 친분이 깊고 멀리할 수 없는 사정이 있더라도, 정확하게 선을 그어야 할 것이다.
대선후보 검증 기사인 만큼 출고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들이 있었다. 추운 날씨에 함께 고생한 박현준 법조반장과 이희진 기자 등 법조팀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언제나 응원해주는 편집국 동기·선후배와 출입처 동료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무엇보다 항상 기사의 첫 독자로서 중심을 잡아주는 내 아내 이하얀에게 영광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