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점은 전직 공무원 A씨의 제보였습니다. 자신이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5급 공무원 지시를 받아 김혜경씨를 비롯해 도지사 가족을 위한 사적 심부름에 동원된 당사자라는 겁니다. 이미 야당을 중심으로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시작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직접 공식 석상에서 이를 부인한 상황에서 A씨가 건넨 자료들은 매우 구체적이었습니다. 엄중하다는 대통령 선거 시국, 못 본 척 지나칠 수는 없었습니다. 국민의 선택을 구하는 후보자와 그 가족에 대한 검증은 언론의 책무라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의혹을 확인해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A씨가 제시한 자료들의 진위를 따지는 건 물론, A씨가 실제 경기도청 비서실에서 근무했는지, 또 제보 경위는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파악했습니다. 관련 인물 등을 취재해 A씨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도 확보했습니다. 흩어져 있던 팩트 조각은 탄탄하면서도 정제된 형태의 연속 보도로 이어졌습니다. SBS의 첫 보도 직후 “허위사실 유포”라던 배씨가 입장문을 통해 사과하고 이재명 후보는 물론 김혜경씨가 직접 나서 고개를 숙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팩트가 지닌 강한 힘을 새삼 느끼는 과정이자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제보자 A씨의 용기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여당 대선 후보와 그 배우자를 둘러싼 의혹을 폭로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그럼에도 세상에 이를 알린 것은 우리 공직 사회의 위선과 그릇된 ‘관행 아닌 관행’이 더 반복돼선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A씨는 지금도 어려움을 겪으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바라고 있습니다. 취재진을 믿고 용기를 낸 A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A씨에게 더 이상의 불이익이 없길 바랍니다.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 믿습니다. 격려에 힘입어 묵묵히 감시견 역할을 이어나가겠습니다. 끝으로 부장과 팀장, 팀원 모두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보도였습니다.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