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9회 이달의 기자상] 국정원 국장의 연이은 내부 성범죄

한세현 SBS 정치부 기자 / 취재보도1부문

한세현 SBS 기자

취재는 한 통의 ‘손 편지’ 제보에서 시작됐다.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손 편지’, 그것은 신분을 감추려는 내부 제보자의 노력이었다. 글씨는 삐뚤빼뚤했다. 하지만 내용은 선명했다. 그리고 충격적이었다. 국가정보원 국장이 같은 부서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5급 직원도 피해 여직원을 다시 성추행했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취재는 쉽지 않았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 보안이 철저했다. 더욱이 가해자 중 2급 국장은 현 정권 핵심 현직 고위관계자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입단속이 철저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은밀하고 힘든 취재는 그렇게 두 달가량 이어졌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에서 이런 사실이 발생했다는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SBS 보도가 나간 뒤 국정원은 이례적으로 공식 사과했다. 그리고 감찰조사를 벌여 가해 국장은 파면하고 5급 직원도 징계했다. 보도가 없었더라도 가해자들인 이런 중징계를 받았을까?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앞서 박지원 국정원장은 자신의 언론관을 이렇게 밝혔다. “언론인을 만나면 평균 도덕적인 감을 유지케 하는 방부제 역할을 해주어 항상 언행을 스스로 점검하게 된다.” 국정원처럼 언론의 눈길이 쉽게 닿기 어려운 곳일수록 언론의 방부제 같은 역할은 더 철저해야 한다.


이번 취재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국정원 내부 감찰 시스템에 대한 취재를 이어갈 것이다. 이번 제369회 이달의 기자상 역시, 감시견(WATCH DOG)으로서 그 노력을 멈추지 말라고 전하는 격려의 메시지일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감시견의 역할에 충실한 모든 언론인 선후배, 동료들에게 공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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