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구중궁궐’이라는 말이 있다. 수동적인 취재 환경에서 높은 담을 넘어온 팩트는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이었다. 부임한 지 불과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이 청와대를 나간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청와대는 반나절 만에 이를 모두 인정했고 문 대통령이 만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여파는 이어졌다. 신 수석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추미애 라인’ 핵심 검사들을 유임, 영전시키는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한 데 대해 회의를 느껴 사표를 던졌다. 이른바 ‘민정수석 패싱’이었다. 이번 보도로 여권 내부에서조차 검찰 개혁의 온도차가 커 파열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상기됐고, 정권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이번 기사가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 신호탄’이라는 일각의 해석이 붙기도 했지만 오히려 레임덕을 조금이라도 늦추는 계기가 됐다고 자부한다. 권력기관을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을 안에서 더 곪기 전에 외부로 표출시킴으로써 이를 건강하게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구중궁궐’로 불리는 청와대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소리소문없이 감춰지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는 점에서도 이번 기사에 각별한 의미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