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가르치는 아동을 성추행한 동화작가가 재판에 넘겨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뉴스 가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소 소식을 전한다고 해서 피해아동 가족의 고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1심 선고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와 재판부 정기 인사로 선고가 늦어지는 중 가해자가 꾸준히 책을 출판하는 모습을 보며 불합리하다고 느꼈습니다. 서점에서는 그의 책이 계속 팔렸고, 도서관에서는 가해자의 책 수십 권을 쉽게 열람, 대여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큰 잘못을 한 사람이 동화작가로서 수많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말해도 되는 것일까, 그 고민을 사회와 함께 풀어가고 싶었습니다. 부장 김남일 선배 등 한겨레 여러 동료들이 함께 고민해주셔서 의미있는 기사를 쓸 수 있었습니다.
한겨레 기사 이후 여러 언론이 같은 문제의식을 전했습니다. 시상식 전날 기자상 수상 소식을 피해아동 아버지께 전하자 아버지는 “함께 힘을 모아주신 다른 기자님들 (기사) 또한 많은 위로가 되었다. 용기낼 수 있게 해주신 마음 감사드린다”고 하셨습니다. 언론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회의적 고민을 하는 시대지만, 아직도 기자들이 할 일이 남아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