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배짱으로 그걸 공개해. 무슨 권한으로!” 기사가 나간 뒤 대검찰청 모 간부가 전화로 벼락같은 화를 냈다. 대검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비공개해 온 내부 예규를 전문 그대로 공개한 기사를 놓고 그는 ‘권한’을 언급했다. 대검과 법무부의 비공개 예규가 비정상적으로 많고, 그 내용이 국민 알권리·인권 보장 차원에서 비공개가 적절하지 않다는 전문 공개 취지는 기사에 충분히 녹아있었다. 16분간 통화는 주로 그가 말하다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 식으로 끝났다.
복수 취재원으로부터 검찰의 비공개 지침을 꾸준히 확보했다. 이후 어떤 지침은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전문 공개를 결정한 것은 단순히 주목을 끌기 위함만이 아니었다. 전관예우를 야기하는 ‘사건배당 지침’은 이미 1년 전 일부 내용을 발췌해 문제를 지적했지만, 그간 검찰의 시정 노력이 없었다. 논의를 더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여러 법조인들이 전문 공개에 따르는 위험에 대해 검토해줬고, 응원해줬다. 감사한 일이다. 법무부의 성 소수자 수용방안에서는 소수자를 향한 정부의 차별적 시선을 발견했다. 후배인 허진무 기자가 발굴한 것인데, 인권감수성이 둔한 내가 먼저 봤다면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을 부분이다. 기사를 쓰면서 허 기자에게 많이 배웠다. 대검 간부가 ‘무슨 권한이 있느냐’고 다그쳤을 당시 난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좀 쫄았다. 기자협회에서 상을 주니 이제야 어깨를 활짝 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