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망

[제362회 이달의 기자상] 박준우 JTBC 기동이슈팀 기자 / 취재보도1부문

박준우 JTBC 기자 집에 샴푸가 떨어졌다. 나가서 사오자니 귀찮다.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몇 번 ‘띡띡’ 누르니 이틀 뒤 샴푸가 집에 왔단다. 간단한 손가락 운동 한 번으로 찬바람을 맞으며 마트를 오가는 수고로움을 덜었다. 하지만 샴푸가 나에게 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숨 쉬는 공기처럼 누리는 그 ‘2500원의 행복’ 뒤에는 사람의 죽음이 있었다. 새벽 6시 반부터 분류작업을 시작해 오후 2시에야 첫 배송 시작, 하루에 적게는 200개, 많게는 400개의 물량을 소화하며 늦은 밤까지 중노동에 시달리는 택배 노동자의 삶을 몰랐다. 그들이 과로 끝에 숨졌는데 산재도 받지 못할 형편에 처해 있었다는 건 더더욱 알았을 리 없다. 택배사-대리점-택배노동자로 이어지는 ‘하청의 재하청’ 고용 구조는 대형 택배사들에 면죄부를 줬다. 과로사가 발생하면 택배사는 책임의 주체는 자신이 아니라며 슬그머니 한발 물러났다. 대리점과 택배노동자 즉, 을과 병 둘 사이의 문제라는 프레임을 짜고 손을 놓고 있다는 점도 부끄럽게 이번에 취재하면서 알았다.


누군가의 죽음을 보도하고 상을 받는다는 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그래도 이 기사로 택배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이 조금이나마 개선됐다면 그걸로 위안을 삼고 싶다. 모든 편의 뒤에는 사람이 있다. 언론은 편의를 누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사람을 봐야 한다. 오늘도 현장을 뛰고 있을 택배노동자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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