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지난 5월 히어로콘텐츠팀을 출범시켰다. 동아미디어그룹의 뉴스룸 혁신 전략 보고서 ‘레거시플러스’ 내용을 현실화시킨 조직이다. 팀이 구성되고 가장 먼저 시작한 고민은 ‘히어로콘텐츠’의 개념이다. 깊이 있는 취재, 참신한 그래픽, 영상 등은 필수였다. 출입처에서 발굴한 대형 단독기사는 물론이고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도 역시 히어로콘텐츠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이템을 선정하기까지 가장 중점을 둔 건 ‘공감’이다. 동료 기자들과 언론 전문가의 인정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의 공감까지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를 구현하고 싶었다. 특히 내러티브 기사가 다양한 그래픽과 영상에 녹아드는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려고 했다. 그것이 동아일보 같은 ‘레거시미디어’의 미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정된 아이템이 ‘증발’이다. 증발이란 행위와 증발자들의 공간은 이 사회가 미처 조명하지 못한 삶이 응축돼 있으리라 생각했고, ‘실종’이나 ‘가출’과는 전혀 다른 맥락과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 누구나 한번쯤 ‘증발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만큼 공감하는 독자도 많을 거라 봤다. “증발자들을 조명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이 쏟아졌고, 응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달의 기자상도 수상했다. 하지만 히어로콘텐츠팀은 갈 길이 더 멀다. 좀 더 깊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파급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레거시미디어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 증발 시리즈가 작은 발판이 되길 소망한다. 우리의 취재에 응해준 증발자와 가족들에게 감사하다. 우리는 증발자들이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을 끝까지 응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