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지갑을 탐하다

[제362회 이달의 기자상] 유대근 서울신문 경제부 기자 / 경제보도부문

유대근 서울신문 기자 올해 나이 일흔 다섯인 유혜경 할머니는 NH투자증권 본사와 청와대, 국회, 대검찰청 등을 돌며 5개월째 1인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옵티머스 사모펀드 피해자입니다. “노인에게 딱 어울리는 보수적 상품”이라는 PB의 말을 믿고 노후자금을 부었다가 환매 중단됐습니다.  


할머니는 “살날이 얼마나 남지 않은 노인에게 한국 사회는 왜 독기를 품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탄식했습니다. 유 할머니는 취재팀이 지난 4개월간 만난 수많은 노후자금 착취 피해자 중 한명입니다. 취재팀은 금융기관뿐 아니라 가족이나 지인, 범죄집단 등이 황혼 자금을 어떻게 탐하는지 취재해 고령 피해자의 이야기를 6회에 걸쳐 연재했습니다. 자식에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노후자금을 운용하려다 기만당해 좌절하는 노인들의 이야기는 비극적이게도 흔했습니다.


보도를 통해 사건 해결에 터럭만큼의 기여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건도 제대로 매듭지어지지 않았습니다. 허탈함도 있지만 계속 지켜보고, 기록해 사건이 잊히지 않게 하는 게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기 어려운 사연까지 털어놔 실태를 알리는 데 도움 주신 피해자 단체들을 부르는 것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 대책위원회, 대신증권 라임자산 피해자 대책위원회, DLF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하나은행 피해자모임, NH투자증권 옵티머스 펀드사기 피해자모임, 신한금융그룹 사모펀드 피해자 연합(라임·젠투·아름드리펀드·독일 헤리티지펀드), 한국투자 자비스·헤이스팅스 환매 대책위원회,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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