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 후지주택 '혐한 문서' 사건

[제360회 이달의 기자상] 이세원 연합뉴스 국제뉴스2부 기자(도쿄특파원) / 취재보도2부문

후지주택이라는 일본 기업에서 일하는 재일한국인 여성이 사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는 소식이 일본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민족을 차별하는 문서가 직장에 배포된 것에 맞선 소송이며 이에 대해 재판부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 요지였다. 대기업이 혐한 문서를 배포한 사건이었다. 일본은 혐한 시위를 근절하는 법을 만들었고 일부 지자체는 형사 처벌 조례도 만들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놀라웠다.


여성이 왜 5년이나 법정 투쟁을 벌였는지, 후지주택은 어떤 회사인지 꼬리를 무는 의문에 후속 취재에 나섰다. 만연체의 일본어 판결문을 읽으면서 여성이 장기간 조직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정신 교육을 하겠다며 후지주택이 임직원들에게 수시로 배포한 문서에는 한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후지주택 측은 유튜브나 인터넷에 떠도는 한국을 비방하는 글을 교육 자료라는 명목으로 사내에 돌렸다. 혐한 시위 현장에서 듣던 구호를 글로 읽는 기분이었다. 사측은 소송 제기에 앞서 여성에게 돈을 줄 테니 퇴직하라고 회유하기도 했고 소송이 시작되자 직원들을 동원해 여성을 심리적으로 고립시키려고 했다. 사내 교육 자료에 ‘온정을 원수로 갚는 멍청한 놈’이라는 등의 비난을 교육 자료에 실어 배포한 것이다. 장기간 외로운 싸움을 벌인 여성에게 1천만원 남짓한 배상금은 턱없이 작아 보였다. 기자가 할 일은 후지주택이 여성에게 어떤 일을 했는지 소상히 알리는 것이었다. 역사 왜곡과 민족 차별에 앞장선 후지주택과 여성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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