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검찰의 채널A 압수수색을 둘러싼 논란은 긴 여진을 남겼다. 2박3일간의 장시간 대치, 취재영역과 관련된 언론사 압수수색이 31년 만에 이뤄졌다는 그 이례성만으로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고, 후폭풍도 그만큼 컸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통상 언론사 압수수색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았던 예의 사례들과는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기자협회도 진통을 겪었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어 검찰의 채널A 압수수색 시도를 “명백한 언론 자유 침해”로 규정하고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여하한 압제에는 함께 뭉쳐 싸울 것”을 천명했다가 반발에 직면했다. 관련 기사에는 “언론사가 치외법권이냐”, “기자가 성역이냐” 등의 비난 댓글이 줄을 이었다.
언론의 일침도 있었다. 한겨레는 지난달 30일 〈압수수색 자초한 채널A, 진실 밝히는 게 정도다〉란 제하의 사설에서 언론 자유 침해라는 주장에 대해 “사안의 성격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표피적인 접근”이라고 꼬집으며 “보도 내용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지만, 불법적인 취재 방식까지 그 보호 범위에 들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취재행위’와 ‘범죄행위’는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
이번 압수수색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채널A 기자를 협박죄로 고발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민언련은 지난달 7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며 이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에게 접근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제보하지 않으면 본인과 가족에게 형사상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암시한 것이 협박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오랜 시간 언론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온 시민운동단체가 언론사 기자를 형사 고발한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지만, ‘범죄행위’와 ‘취재행위’는 구분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언경 민언련 공동대표는 지난달 29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우리 단체의 많은 사람이 정말 굉장히 격렬한 토론을 했다”고 배경 설명을 하면서도 “채널A 기자가 원하는 정보가 무엇이었든 간에 그걸 받기 위해서 기자라는 신분 그리고 종편이라는 보도 권한을 가지고 있는 언론사를 등에 업고 취재원을 회유, 협박한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채널A 기자의 행위가 범죄행위인지는 검찰 수사와 재판을 거쳐 가려질 사안이다. 지금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해당 기자가 취재윤리를 위반했다는 점이다. 이는 채널A도 인정한 사실이다. 김재호 채널A 대표이사는 지난달 9일 방송통신위원회의 비공개 의견청취에 출석해 “취재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취재윤리를 위반했다. 인터뷰 욕심으로 검찰 수사 확대, 기사 제보 등을 하면 유리하게 해주겠다고 했다”면서 “윤리강령을 거스르는 행동”이라고 자인했다.
그러나 이뿐이었다. 김차수 채널A 대표는 이미 지난 3월23일 소속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 사실을 보고받았고, MBC의 첫 보도가 나간 3월31일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와 책임 있는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속도는 더디다. 채널A가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기자와 검사장의 유착 의혹을 밝혀 줄 핵심 근거인 통화녹음 파일 등의 확보를 위해선 압수수색이 불가피했다는 견해도 있다. 채널A가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압수수색 자체의 정당성·타당성도 따져봐야
그렇다 해도 되물을 수는 있다. 압수수색은 꼭 필요했을까.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미 채널A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한다. 통화녹음 파일 확보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고, 2박3일 대치 끝에 채널A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겨받은 자료 또한 공개되지 않았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이례적인 검찰의 압수수색이 ‘과잉수사’나 ‘보여주기’ 차원은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비록 법원에서 기각되긴 했으나, 검찰이 “균형 있는 수사”를 위해서라며 MBC에 대해서도 똑같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압수수색 시도의 타당성은 따져 볼 지점이 있다.
사실 언론사 압수수색이 이번만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언론사의 취재행위와 관련한 최초의 압수수색 사건은 3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9년 당시 안전기획부는 서경원 평화민주당 의원의 방북 사실을 알고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겨레 편집국을 압수수색하고 취재수첩과 사진 자료 등을 압수했다. 저항하던 기자들은 경찰에 연행됐다. 이후로도 언론사 압수수색 시도는 몇 번이나 있었으나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2003년 양승길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향응 현장을 몰래 촬영한 영상을 보도한 SBS에 대해 검찰이 비디오테이프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시도했다가 기자들의 저지로 물러났다. 2007년에는 월간 신동아가 입수해 보도한 ‘최태민 보고서’와 관련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시도하다가 포기했고, 2009년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제작진의 이메일과 자택 압수수색에 이어 MBC 본사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저지당했다. 2018년에는 수습 기자의 ‘드루킹’ 사무실 절도 혐의와 관련해 경찰이 TV조선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역시 기자들의 저지에 막혀 발길을 돌렸다.
이처럼 기자들이 압수수색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것을 두고 정당한 법 집행을 방해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무리한 강제수사 문제는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SBS 압수수색 건과 관련해 2005년 이민웅 당시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교수는 논문에서 “검찰의 수사 편의주의에 의한 성급한 압수수색영장 신청 및 집행, 법원의 신중하지 못한 영장 발부는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법 집행기관의 언론 자유라는 목적론적 가치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꼬집은 바 있다.
◇언론사 압수수색 예외적 허용 기준 필요
다른 기업과 달리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의 가치, 그리고 익명의 취재원과 민감한 취재자료 등을 다루는 언론활동의 특수성 때문이다. 기자협회 윤리강령은 “어떠한 경우에도 취재원을 보호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80년대 ‘악법’으로 불렸던 구 언론기본법에도 취재원 보호와 관련해 언론인 진술거부권과 편집공간에 대한 압수수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이 있었으나 1987년 폐지됐다. 지난 2015년 배재정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한 ‘취재원 보호법’에도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 제한 조항은 포함됐다. 당시 뉴시스 등의 보도를 보면 배 의원은 법안 취지를 설명하며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이고, 언론은 내부 고발자 또는 취재원을 통해 권력과 부정부패를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의 공권력 행사를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법에서도 언론보도나 취재의 과정이 심각한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도록 했다.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여전히 언론사 압수수색에 대한 원칙과 예외 규정이 없어 압수수색 시도가 있을 때마다 기자들과 수사기관의 대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언론사 압수수색 제한법의 부재가 언론과 검찰사이의 불필요한 갈등 관계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언론사 압수수색 금지를 원칙으로 하되 어떤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가 지난 2015년 발표한 ‘취재원보호법 도입의 필요성과 쟁점’이란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선 1980년 제정된 연방 법인 ‘사생활보호법’을 통해 언론사의 압수수색을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그 예외사항에 대해서도 모두 수사기관 또는 언론(인)으로부터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도 연방 형사소송법에서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 제한과 언론인 증언거부권을 명시하고 있다. 특정 언론사나 언론인 개인이 아닌 제도로서의 언론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가치 판단이 전제된 것이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도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도적 차원에서 언론 자유를 보호한다는 것은 개별 언론사에 대한 평가에 기반해서 보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며 “언론사 보도국과 취재물에 대한 압수수색은 원칙적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 자유는 개인적 언론 자유에 대한 보장과 함께 언론이라는 제도에 대한 보장으로서의 측면도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론 자유라는 말이 일종의 ‘수사법’에 그치거나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양재규 변호사는 “언론에서 말하는 언론의 자유가 어떤 불이익이나 위협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굉장히 포괄적인 방어 논리로써 사용된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실제로 헌법이 보장하고 법률에서 말하는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면 초법적인 일종의 특권을 요구하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김민정 교수도 앞서 논문에서 “취재원 보호법을 통해 제공될 법적 권리는 특권의 형태로 언론인에게 제공되는 것이긴 하지만, 이러한 권리는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가능하게 하는 권리”라고 설명하며 “언론인들이 향유하는 것이지만, 언론인들을 위한 권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부 언론법학자들 사이에서는 언론 자유 영역에 대한 법률적 보호를 위해 현재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이 업무상 취득한 비밀의 경우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112조에 언론인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양재규 변호사는 “기자가 전문직으로서 높은 윤리성, 도덕성을 요구받고 자율성을 인정받으면서 취재원 보호를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