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3연임 노조위원장 "SBS, 사유물 아냐… 수많은 구성원의 생존 달린 공동체"

[인터뷰]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

“이 엄중한 국면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섭니다.”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윤창현<사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은 당선의 기쁨보다 걱정부터 내비쳤다. 그는 지난 2~3일 치러진 선거에서 75.37%라는 높은 지지율로 17대 SBS본부장에 당선됐다. 상대 후보 득표율은 24.62%에 그쳤다. SBS본부 역사상 처음 있는 경선이자 첫 3연임이다. 윤 본부장은 “저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위기감과 불안함이 표로 나온 것”이라고 선거결과를 평가했다.



재출마를 결정하기까지 그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털어놨다. 15·16대 본부장으로 일한 지난 4년간 ‘사장 임명동의제 합의’처럼 큰 성과도 있었지만, 극심한 노사 대립 등 어려움도 많았다. 정신적으로 “너무나 지쳐버린” 시간이었다. 연임 임기를 마치고 보도국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던 그때, 동료들이 그를 붙잡았다. 


“다들 지금 SBS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두려운 거예요. 그동안 노조를 약화시키려는 시도도 많았거든요. 구성원들의 생존을 담보하는 마지막 보루가 노조인데, 노조가 더는 흔들려선 안 된다는 의지들이 모였다고 봐요. 고민 끝에 출마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SBS 노조의 목표는 ‘살아남기’다. 노조를 지키는 것, 나아가 SBS 전체의 생존이다. 윤 본부장은 “SBS를 포함한 지상파 방송, 레거시 미디어가 처한 위기는 숫자로 나타난 지 오래”라며 “거기에 코로나 사태로 공황에 준하는 경제위기까지 온다는데 우리는 이미 그걸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게다가 SBS엔 ‘오너리스크’까지 겹쳐 있다”면서 “구성원들은 노사 갈등 차원을 넘어 고용 자체에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가 언급한 SBS 오너리스크의 최근 사례는 ‘TY홀딩스(가칭)’ 문제다. 지난 1월 SBS 지배주주인 태영건설은 투자사업부문을 따로 떼어 TY홀딩스라는 신설회사에 맡기겠다고 공시했다. 계획이 실현되면 현재 ‘태영건설-SBS미디어홀딩스-SBS’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 또 다른 방송지주회사(TY홀딩스)가 들어선다. 이를 두고 SBS 노조는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비판해왔다.


윤 본부장은 TY홀딩스 이슈가 올 하반기 예정된 SBS 재허가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대주주가 TY홀딩스 설립을 중단하고 구성원들과 고통을 분담해야 이 위기 국면을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비전 제시도 당부했다. “대주주의 존재나 자본의 역할을 부정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SBS는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라 수많은 이들의 생존이 달린 공동체입니다. 어디로 배를 몰아야 할지 모르는 시대잖아요. 각자 사익을 내세우면서 그 방향대로 노를 저으면 결국 배는 좌초해요. 이 커다란 배가 나아가야 할 방향, 공동의 인식, 합의,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 같이 살아남죠.”


지난 4년에 더해 앞으로 2년, 윤 본부장 앞에 놓인 숙제는 여전히 많다. 노사관계 개선, TY홀딩스를 비롯한 오너리스크 해소, 소유·경영 분리 안착, SBS의 생존까지. 그의 고민이 더 깊어 보였다.


“다가올 2년은 SBS가 겪은 지난 30년의 총합보다 더 어려운 과제들이 속출할 겁니다. 개개인의 생존 문제를 다루게 될 거예요. 저는 리더지만 도구이기도 하거든요. 도구는 도구를 부리는 사람들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잖아요. 본부장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간다는 노조의 연대 정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조합원들에게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목적지에 가보자’는 말씀을 드렸거든요. 힘을 모아서 이뤄내야죠.”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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