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사망자 빈곤 실태 보여주고 싶었죠"

[인터뷰] 국민일보 이슈&탐사팀

가족 없이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무연고 사망자. 간간이 단발성 보도로 이들의 소식이 들려오지만, 안타까운 사연은 금세 잊히곤 했다. 국민일보 이슈&탐사팀 기자들(전웅빈·김유나·정현수·김판·임주언)은 무연고 사망자들의 생전 삶에 귀를 기울였다. 왜 무연고자가 되었는지, 죽음의 원인과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 무연고 사망자들의 생애를 추적했다. 지난해 12월 국민일보의 <빈곤의 종착지, 무연고 죽음 370명의 기록> 6회 시리즈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기자들은 무연고 사망자들의 장례가 치러지는 서울시립승화원에 한 달 내내 찾아가는 것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무연고 사망자들의 지인, 유가족들과 함께 장례를 치르며 그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들었다.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취재해야 할지 고민도 있었어요. 기자로 무연고 장례에 참여해서는 취재가 아예 되지 않더라고요. 위패를 직접 들고 관도 운구하며 함께 장례를 치렀죠. 무연고 사망자들이 화장하는 시간이 한시간 반 정도인데, 그 시간 동안 지인과 유가족들을 인터뷰할 수 있었어요.”(김유나)


국민일보 이슈&탐사팀 김판, 김유나, 임주언, 전웅빈, 정현수 기자(왼쪽부터)를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지난 한 해 서울에서 장례가 치러진 무연고 사망자 수는 370명. 기자들은 이들 무연고 사망자들의 마지막 주소지를 찾아갔다. 이웃과 지인, 유족 등 208명을 인터뷰하며 기자들이 현장에서 발견한 건 무연고 죽음은 빈곤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사실이었다. 정현수 기자는 “마지막 주소지를 연결해보면 쪽방촌, 고시원같이 허름한 곳들에 다 모여있었다”며 “결국에는 무연고 죽음을 대기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의미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로 쪽방촌을 취재했던 임주언 기자는 “한 쪽방촌만 가도 10~20개의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 주소지가 모여있었다”며 “무연고 사망이 워낙 잦다 보니 이웃 주민들에게는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여름에는 바깥으로 벌레가 보이니까 그거 보고 사망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겨울에는 벌레가 방 안에서 나오지도 않아 알기 어렵다’는 말을 담담하게 해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기사에는 전달 방식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묻어있다. 죽음을 다루고 있고 당사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취재 과정은 물론이고 유족과 지인들을 만난 내용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김판 기자는 “한 무연고 사망자를 두고 각자 취재한 자료와 분위기, 만난 사람들이 달랐기 때문에 어떻게 이야기를 전달할 건지 연차를 떠나 매번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기사를 본 독자들은 공감했다. 기사의 댓글에는 무연고 사망자의 처지를 안타까워하고 또 한 번의 비극적 죽음이 나오지 않길 바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기자들은 이 보도로 제9회 인권보도상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연고 사망자 대다수는 가족들이 있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였어요. 가족들도 사망자의 장례 비용을 댈 수 없을 정도로 가난에 허덕이는 상태죠. 빈곤의 문제가 작은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전웅빈)


이슈&탐사팀은 그동안 살해 후 자살 피해 아동의 문제를 짚은 <한국 사회 잔혹극 ‘살해 후 자살’>, 플랫폼 배달 노동자의 하루를 함께하며 보도한 <플랫폼에 빨려들어간 철수씨> 등의 기획들을 내놓았다. 앞으로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주제에 구애받지 않은 탐사 보도를 계속할 예정이다. 전웅빈 이슈&탐사팀장은 “지난해 6월 탐사팀이 생기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석하지 않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그대로 보여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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