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사진을 'OO 캡처'라 밝히고 기사 첨부… 저작권 침해입니다

[언론 역할·책임 기준되는 판결, 최근 1년치 보니]
동의 없는 저작물 사용 '정당한 범위'여야
'종북' '주사파' 같은 표현도 명예훼손 아냐

언론과 기자의 일상은 송사와 멀지 않다. 그때마다 사법부의 판단은 민주주의 시스템 내 언론의 역할과 책임을 드러내는 기준이 됐다. 지난달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3년 시민방송 RTV에서 방영된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원회의 법정 제재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한 사례는 대표적이다. 꼭 거대한 가치를 추종치 않더라도 보도를 둘러싼 일상은 결국 이 가치들과 닿게 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언론 관련 판결에서 우리 언론이 고민 또는 자성할 행태와 현실 등을 돌이켜본다.

◇공개된 SNS 사진 무단사용도 저작권 침해
지난 2017년 7월21일 국민일보는 <A 목사, 잘못된 신론 구원론 갖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당시 보도엔 A 목사 등이 ‘퀴어 축제’에 참가한 사진이 ‘A목사 페이스북 캡처’ 등 표시만 달아 동의 없이 게재됐는데 1·2심 법원은 저작권 침해라는 원고(A목사)의 소 제기를 받아들여 언론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100만원)했고, 결국 확정(2019년 1월11일)됐다.


현행법에서 동의 없는 저작물 사용은 ‘정당한 범위’여야 한다. 해당 사진 등이 전체 기사에서 차지한 비중이 주가 아닌 부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공정한 관행’ 역시 고려되는데 위 판결에서 법원은 “다수의 언론사가 페이스북 캡처라는 형태로 출처를 밝히고 기사를 서술한다고 하여 (중략) 공정한 관행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SNS 사진에 ‘00페이스북 캡처’라고 밝히고 기사를 작성하는 현 언론의 관행은 저작권 침해와 직결된다는 의미다.

◇언론사 사적 도구 된 성추행 보도 공익성 없어
2017년 8월2일 한국증권신문은 <‘아수라장’ 교육계, 스승부터 교육기업 대표까지 성추행 논란> 기사로 원고인 C 전 대표가 2014년 저지른 성추행 사건을 보도했다. 보도 전 언론사 편집국장은 기사 삭제를 대가로 1년에 2회 회당 200만원 광고 집행을 요구했는데 기업이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를 하자 이후 성추행 보도를 냈다. 1심 법원은 원고(기업)의 기사수정 및 손해배상청구 일부(3000만원)를 인용했고, 지난해 8월 판결이 확정됐다.


법원은 해당 판결에서 보도의 공익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C 전 대표는 앞서 성추행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기에 기사내용은 허위가 아니었다. 재판부는 “C의 성추행 사건은 2016년 1월경부터 다수의 언론매체에서 기사화되었다 (중략) 새삼스럽게 C 사건이 재조명되어야 할 특별한 사정은 엿보이지 않는다 (중략) 다른 사례들과는 이질적이다 (중략) 부제, 소제목, 본문에서 거듭하여 실명이 언급되고 있다”면서 “원고를 비방할 의도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대전사무소 소장은 “공익성 판단 기준에 따라 언론사가 ‘공공의 이익’을 들어 항변하면 받아들여지곤 하는데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면서 “보도의 공익성이 부정된다는 것은 법적책임을 떠나 언론의 기사가 사적인 도구로 전락했다는 정황이란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문제”라고 했다.

◇‘종북’ ‘주사파’ 등 표현은 명예훼손 아냐
지난 2012년 보수논객 변희재씨(피고)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당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그의 남편 심재환 변호사(이상 원고)에 대해 ‘종북’, ‘주사파’, ‘경기남부연합’ 등 표현이 담긴 글을 올렸고 디지틀조선일보, 조선일보, 뉴데일리 등 매체는 이를 인용, 암시·강조·단정하는 기사를 냈다. 이들을 상대로 제기된 명예훼손 등 소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원심을 파기환송하고 ‘종북’, ‘주사파’라는 표현이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이 원고 청구 일부를 인용하며 사건은 다시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태다.


그간 명예훼손 법리는 ‘의견과 사실 이분법’을 원리로 작동해왔다. ‘명예훼손죄 성립은 사실 적시를 전제로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모욕죄가 성립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번 판결 역시 이에 기반하지만 다른 판단을 내렸다. “종북이라는 (중략) 용어 자체가 갖는 개념과 (중략) 용어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 또는 감수성도 가변적 (중략) 표현의 자유가 계속 확대되어 온 시대적,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주사파’라는 용어는 (중략) 의견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해당 판결은 표현의 자유 확장이란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너무 이른 판단이란 시각도 있다. ‘종북’, ‘주사파’ 등 용어는 민주적 토론에서 상대방을 배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위 판결이 우리 공동체에 걸맞은, 제때 도달한 판결인지는 내년 총선이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철마다 반복된 ‘색깔론’에서 언론은 무고하지 않았다. 여러모로 언론의 반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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